[앵커]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꼭 1년이 지났습니다.
헌정 질서가 멈춰 선 그날 밤, 많은 시민들은 일상을 뒤로하고 국회로, 광장으로 달려 나갔는데요.
긴박했던 순간, 그리스도인들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비상계엄 1년을 맞아 한국교회의 지난 1년을 돌아보는 연속기획, 그 첫 순서로 1년 전 그날 밤 광장을 지켰던 기독교인들의 이야기를 장세인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1년 전, 헬기와 장갑차가 도심을 가르고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 진입을 시도하던 그 시각.
국회 앞으로 향한 기독교인들이 있었습니다.
이은재 전도사는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모임을 갖던 중 계엄 소식을 듣고 곧장 현장으로 나섰습니다.
[인터뷰] 이은재 전도사 / 기독교반성폭력센터 팀장
"국회에 와서 탱크가 올 수도 있으니까 차로 탱크를 막아야 된다. 버스 안에 총을 든 군인들이 타고 있더라고요. 그걸 이제 제 눈으로 보니까 아 이게 진짜 심각한 일이구나."시민들이 추위와 공포에 떨고 있을 때, 가장 먼저 문을 연 교회도 있었습니다.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향린교회 채운석 장로는 계엄 직후 새벽 1시 반, 시민들을 위해 교회 공간을 개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인터뷰] 채운석 장로 / 향린교회
"너무 어린 여성들 그리고 나이 드신 어르신들 뭐 되게 다양한 분들이 그 추위에 밤을 새시겠다고 결의하시는 모습을 봤어요. 시민 단체들이 요청이 있을 경우 우리는 언제든지 어떤 공간이든지 비용을 받지 않고 교회를 대여한다 이 결의를 했죠."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향린교회는 탄핵 국면 내내 난방과 샤워 시설을 제공하며 광장의 '베이스캠프'가 되어줬습니다.
이들이 한시도 주저하지 않았던 이유, 신앙은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채운석 장로 / 향린교회
"향린교회는 사실은 민주주의에 훈련돼 있는 교회죠. 정의와 평화와 생명의 예수님 또는 생명의 하나님 이렇게 표현하거든요. 정의와 평화와 생명이 위태롭게 될 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판단해야 되는가? 이게 저희들한테 늘 주어진 그 숙고의 과제들입니다."
하지만 계엄 이후 1년, 교회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일부 교회와 종교 지도자들이 계엄을 옹호하거나 국가 폭력 앞에 침묵하면서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이은재 전도사 / 기독교반성폭력센터 팀장
"폭력을 동원해서 자기의 뜻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그런 행위에 대해서 직후에는 다들 아 이건 잘못된 거지라고 다들 생각했었던 것 같은데 이게 점점 정치 논리화되면서 일부 교회가 앞장서서 하는 걸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던 것 같고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지난해 12월 3일 밤, 이은재 전도사는 국회 인근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모임을 갖던 중 계엄 소식을 듣고 곧장 국회 앞으로 향했다. 이은재 전도사 제공
1년 전 국회 앞을 지켰던 박정인 목사는 아직 풀지 못한 과제가 남아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화인터뷰] 박정인 목사 /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공동의장
"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정리되지 않는 한쪽으로 수습되고 있는 것 같지만 한쪽으로는 여전히 내란을 옹호하는 세력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한국 사회의 부끄러움이고 한국 교회의 부끄러움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기독교가 극단적 정치 프레임에 갇혔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그리스도인 개개인도 종교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에 휩쓸리지 않고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전화인터뷰] 박정인 목사 /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공동의장
"교회는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정의와 하나님의 사랑을 구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 기준에 입각해서 판단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비상계엄 1년.
한국교회는 그동안 어디에 서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디에 서야 하는지, 1년 전 그날 밤은 지금도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CBS뉴스 장세인입니다.
[영상 기자 최현] [영상 편집 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