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12.3 비상계엄 1주기를 맞아 입장문을 발표하고, '민주주의를 끝까지 책임지는 교회'의 역할을 다짐했다.
교회협의회는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의 용기와 그날 이후 이어진 상처와 과제를 기억한다"며 "교회가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 공적 책임의 자리에서 함께 성찰하고자 한다"고 입장문의 의미를 밝혔다.
입장문을 통해 교회협의회는 "민주주의는 '그날을 막아낸 사건'을 넘어, '그 이후를 끝까지 책임지는 과정'"이라며 "반헌정 행위의 의혹과 잔재가 정리되고 재발방지 장치가 갖춰질 때까지 시민들과 함께 깨어 있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1년이 지난 지금 정의의 완결은 아직 멀게만 느껴지며, 수사와 재판이 시민의 기대만큼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우려도 남아 있다"며 "사회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지금, 우리는 '정의는 미룰 수 없고, 진실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더 분명히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는 두려움과 상처를 겪은 이들과 함께 탄식하며 기도하고, 치유와 동행의 길을 열어 유가족과 노동자, 사회적 약자들의 존엄이 무너지지 않도록 구체적 돌봄과 연대의 실천으로 응답하겠다"며 "더 나아가, 거짓과 혐오가 공동체를 갈라 놓으려 할 때, 교회는 침묵하지 않고 환대와 진실의 언어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12.3 비상계엄 1주기, 민주주의를 끝까지 책임지는 교회의 고백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마 6:33, 공동번역)
작년 12.3 비상계엄 선포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질문과 다시 마주하게 했습니다. "권력의 주권이 시민에게 있다는 헌정의 원칙은 얼마나 쉽게 훼손될 수 있는가. 그리고 시민의 자유는 얼마나 쉽게 중단될 수 있는가." 1년이 지난 지금, 관련 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정의의 완결은 아직 멀게만 느껴지며, 수사와 재판이 시민의 기대만큼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남아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그날을 막아낸 사건"을 넘어, "그 이후를 끝까지 책임지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반헌정 행위의 의혹과 잔재가 정리되고 재발방지 장치가 갖춰질 때까지 시민들과 함께 깨어 있겠습니다.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으로 광장에 모였던 시민들은 국가의 책임과 공동체의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드러냈습니다. 한국교회도 이 싸움의 곁에 서서 고통의 현장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신앙의 약속을 실천해 왔습니다. 그러나 세월호·이태원 참사 등의 진상 규명은 여전히 지연되고, 노동자들은 고공농성의 자리에서 생존과 존엄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지금, 우리는 더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정의는 미룰 수 없고, 진실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나라와 그의 의가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고백하고 다짐합니다. 교회는 기억을 지키는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12.3 비상계엄 이후 남겨진 과제를 함께 새기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의 용기를 잊지 않겠습니다. 또한 두려움과 상처를 겪은 이들과 함께 탄식하며 기도하고, 치유와 동행의 길을 열어 유가족과 노동자, 사회적 약자들의 존엄이 무너지지 않도록 구체적 돌봄과 연대의 실천으로 응답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거짓과 혐오가 공동체를 갈라 놓으려 할 때, 교회는 침묵하지 않고 환대와 진실의 언어로 맞서며, 평화를 기다리는 대림의 마음으로 끝까지 이 길을 이어가겠습니다.
2025년 12월 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박승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