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 해양경찰청 제공조업 중 다친 부위로 인해 뇌경색으로 반신마비가 왔다며 장해 2급 판정을 받은 한 남성. 혼자서는 거동조차 힘들다던 그는 병원 문을 나서자마자 양손에 짐을 든 채 멀쩡히 걸어 다녔다. 가짜 노무사 행세를 하며 어선원들의 장해진단서를 위조해 23억 원대 보험금을 가로챈 전문 브로커 일당이 해양경찰에 적발됐다.
해양경찰청 중대범죄수사팀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총책인 브로커 A(40대)씨를 구속 송치하고, 범행에 가담한 병원 원무과 직원 2명과 수협 직원 3명, 공인노무사 3명 등 10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A씨 등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 어선원 35명을 상대로 허위 장해진단서 등을 꾸며 수협중앙회로부터 모두 39차례에 걸쳐 보험금 약 23억 원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개요도. 해양경찰청 제공수사 결과 A씨는 과거 보험사기 전력이 있는 전문 브로커였으며, 매달 80만 원을 주는 조건으로 노무법인의 명의를 빌린 가짜 노무사로 활동했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수협 직원과 병원 관계자로부터 재해를 입은 선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내 접근한 뒤 "보험금을 많이 받게 해주겠다"며 범행을 공모했다.
이들은 2018년부터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심사 절차가 까다로워지자 상대적으로 심사 시스템이 미비한 '어선원 재해 보상 보험'의 허점을 노렸다. 어선원 재해 보상 보험은 선원이 조업 중 다칠 경우 어선 선주와 정부, 지자체가 분담해 치료비를 낼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정책보험이다.
A씨는 환자들에게 "뇌경색으로 인한 편마비 증상을 연기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고, 공모한 병원 원무과장은 의사 몰래 진단서와 소견서를 위조해 장해 등급을 높였다.
실제로 해경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장해 2급 판정을 받은 환자가 보호자 없이 병원 복도와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장해 2급은 휠체어 없이는 거동이 불가한 수준에 내려진다.
실제 장해2급을 받은 사람의 거동(왼쪽)과 어선원 보험 사기에 가담한 선원(70대)이 병원 내부를 활보하는 모습(가운데), 해당 선원이 퇴원 뒤 짐을 들고 귀가하는 모습(오른쪽)이 담긴 CCTV 영상. 해양경찰청 제공이런 수법으로 타낸 보험금 23억 원 가운데 5억6천만 원은 A씨가 성공보수 명목으로 챙겼고, 5500만 원은 병원 원무과장이 받아 챙겼다. A씨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수수료를 철저히 현금으로만 받아 자택 금고에 보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이들의 범행으로 국고 3억5천만 원과 지방비 2700만 원 등 약 3억8천만 원의 세금이 낭비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수협중앙회와 공조해 브로커와 부정 수급 선원들을 상대로 보험금 환수 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유사한 보험사기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