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제공스타벅스가 결국 7년 만에 플라스틱 빨대를 재도입했다. 소비자들의 종이 빨대 비선호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종이 빨대 의무화 정책이 뒤집힌 영향이 크다.
결국 정부의 '빨대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업계에 혼란만 불러일으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친환경 보호 측면에서도 퇴보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정부 '빨대 정책' 혼선에…플라스틱→종이→병행 '오락가락'
서울 목동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 비치된 빨대. 전민 인턴기자
30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는 4일부터 전국 매장에 플라스틱 빨대를 다시 도입했다. 매장을 방문해 보면 기존의 종이 빨대와 함께 플라스틱 빨대도 비치돼 있다. 이번에 배치된 플라스틱 빨대는 '식물 유래 재질'로 만들어져, 기존의 플라스틱 빨대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70% 저감할 수 있다는 게 스타벅스 측의 설명이다.
그동안 종이 빨대의 '눅눅함'에 불편함을 느낀 일부 소비자들은 플라스틱 빨대 부활을 환영하고 있다.(참고 기사 : [르포]스타벅스 플라스틱 빨대 부활에 종이는 외면, 재활용 안돼) 그러나 친환경 정책 측면에서는 퇴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식물 유래 플라스틱이라고 하더라도 자연적으로 분해되지는 않아 엄밀하게 '친환경 제품'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볼 때도 소비자에게 종이와 플라스틱이라는 선택권을 주는 게 정답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천대학교 이영애 소비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소비자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자꾸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은 의미 있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가치 있는 소비'를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기업이 버텨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빨대가 플라스틱→종이→병행이라는 '혼란'을 겪은 이유는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2021년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2022년부터 외식업계에서 종이 빨대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2023년 말 이 조치를 '무기한 유예'하며 사실상 규제를 중단했다. 이후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외식·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곳곳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부활시켰다.
여기에 더해
환경부가 스스로 상반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혼란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환경부는 2019년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보다 환경 영향이 적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만, 지난해 3월에는 돌연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보다 지구 온난화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상반된 연구 결과를 내놨다.
녹색연합 그린 프로젝트팀 임성희 팀장은 통화에서
"이번 스타벅스의 플라스틱 빨대 도입은 정부 정책의 비일관성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정부 믿은 종이 빨대 생산 업체는 직격탄…"파산이 눈 앞"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종이 빨대 생산 업체는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과거 정부의 종이 빨대 지원 정책을 믿고 설비와 인력을 확충한 업체는 규제 유예 발표 이후 매출이 급감해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실제로 종이 빨대 생산업체는 2년 새 17곳에서 6곳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체는 부채 상환 압박에 시달리며 사업을 정리하거나, 개인 자산을 처분해 가며 연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종이와 플라스틱 소재 논란의 불씨가 엉뚱하게 소상공인으로 튄 것이다.
전국종이빨대생존대책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최광현 리앤비 대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해 "40명 넘던 직원을 10명으로 줄이고 버티고 있지만 파산이 눈앞이다"며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 "종이-플라스틱 택일 아닌 일회용품 자체를 줄여야"
연합뉴스
빨대 논란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환경 전문가들은 환경 정책이 종이와 플라스틱 중 택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회용품 사용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한다.
임 팀장은 "친환경 정책 측면에서 보면 일회용 빨대를 계속 쓸 것인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종이든 식물 유래 플라스틱이든 둘 다 일회용이라는 측면에서 궁극적으로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물 유래 플라스틱과 종이 빨대 모두 폐기 과정에서 환경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애 교수는 "우리나라 쓰레기들은 대부분 자원 순환하는 과정에서 80~90%는 소각되고 있다"며 "생분해된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매립 환경을 갖추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폐기할 경우 결국 유해물질을 발생시키거나 해양 오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인하대학교 이은하 소비자학과 교수도
"왜 빨대의 소재를 두고 계속 논쟁이 가열되는지 의문이 든다"며 "실질적으로 환경 오염에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는 스타벅스의 식물 유래 성분 플라스틱과 관련해서는 "실질적으로 효과가 적지만 환경을 위하는 것처럼 하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해당할 수 있다"며 "괜히 소비자로 하여금 해당 빨대를 쓰고 싶게끔 만드는 그런 유인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