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종묘와 세운 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모습. 류영주 기자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종묘앞 재개발' 논란의 해법으로 용적이양제가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가 연내 도입을 추진했다 미룬 용적이양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권에서도 제기되면서다. 여권의 서울시장 잠재 후보들도 토론회를 열고 해법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용적이양제는 문화재 보존 등으로 쓰지 못하는 용적을 다른 건물이나 지역 등으로 팔거나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등 해외 도시에서 활용된 사례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지난 2월 처음으로 도입을 추진했다.
애초 용적이양제는 문화재 보호 등으로 인해 고도제한지역으로 설정됐지만, 규제 완화가 어려운 지역을 개발할 목적으로 서울시가 낸 대안이었다. 용적이양제를 적용할 만한 곳으로는 풍납토성이 있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 북촌한옥마을 주변 지역 등이 있다.
서울시는 용적이양제 연내 도입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서울시의회 회의록을 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8일 본회의에 나와 "국토부에 계속 제도 시행에 필요한 법령을 마련해 달라 요청하고 있는데, 국토부가 미동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답보 상태였던 용적이양제 추진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용적이양제가 '종묘앞 재개발 공방'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종묘가 있어 모두 활용하지 못하는 세운4구역 용적률을 주변 재개발 지구 등으로 넘기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주변 외관을 보존할 수 있는 데다가, 용적 거래로 발생한 수익으로 규제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을 메울 수 있다는 구상이다.
18일 서울 종로구 종묘 너머로 세운4구역 재개발 지구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여당 의원은 "대안으로 용적률 이전 등 몇 개 방안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종묘 옆엔 저층 건물을 짓고 남은 용적률을 인근 건물 등에 파는 식으로 풀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오히려 서울시가 용적이양제 추진에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서울시가) 다른 쪽에 용적률을 주고 거기서 발생하는 이익을 문화재 보호구역에서의 개발을 통해 이익을 누려야 될 시민들에게 나눠드리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었고, 연내 도입하겠다고 했었다"며 "대안이 분명히 있었는데 지금 와서 갑자기 그런 얘기를 안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문화재 주변 고층건물 설치에 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서울시가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에 용적률을 약 1.5배 올리면서 시와 정부, 여야간 공방이 연일 계속됐다.
여권은 종묘 인근에 최고 높이 141.9m의 건물이 들어서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초고층 건물을 개발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시는 노후화된 세운4구역 일대를 재정비하려면 재개발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종묘앞 재개발' 공방을 두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실 등 주관으로 26일 오후 3시 국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정의 세운지역 고층개발 문제와 대안 찾기'를 주제로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사업 긴급 토론회가 열린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 의원을 비롯해 박주민∙박홍근∙전현희 등 여권의 서울시장 잠재 후보 하마평에 오르는 의원들도 공동 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인철 아르키움 대표는 CBS노컷뉴스에 "(용적이양제는) 이해관계가 굉장히 복잡하게 얽히는 문제"라며 "상업지구끼리만 주고받는 게 가능한 건지, 상업지역에서 주거지역으로 줄 수 있는지 등 세부 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