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왼쪽),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연합뉴스김건희씨에게 금거북이를 건넨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김씨에게 클러치 백을 건넨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의 배우자는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의 수사를 받으면서 그 기준에 대해 물음표가 붙고 있다.
2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민중기 특검팀은 내달 4일과 11일 김건희씨를 두 차례 소환해 이 전 위원장의 금거북이 공여 의혹, 김 의원 배우자의 클러치 백 교부 의혹 등을 전반적으로 조사한 뒤 김씨에게 금품을 건넨 공여자들의 신분을 일괄 결정할 방침이다.
김씨와 연루된 각종 수수 의혹과 관련해 이 전 위원장, 김 의원의 배우자 등은 모두 김씨에게 청탁성 대가의 물건을 건넨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들의 신분은 같지 않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김씨에게 3~4백만원 가량의 5돈짜리 금거북이와 당선 축하 카드를 건네는 등의 방식으로 인사 청탁을 한 의혹을 받는다. 김 의원의 배우자 A씨는 2023년 3월쯤 김씨에게 100만원 후반대의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건넨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A씨는 김씨에게 클러치백과 함께 감사 편지를 남긴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건넨 물건들은 모두 100만원 이상으로 청탁금지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배우자에게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1회에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주는 이를 처벌 대상으로 명시한다. 하지만 특검은 김 의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의 피의자로, 이 전 위원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우선 물건을 건네받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신분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3월 10일 당선됐다. 이로부터 두달 뒤인 같은해 5월 10일 윤 전 대통령은 취임식을 진행했다. 이 두 시기 사이 공백기에서의 윤 전 대통령을 청탁금지법에서 규정하는 공직자로 볼 수 있냐는 것이다.
김 의원의 배우자 A씨는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김씨에게 클러치 백을 건넸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의 피의자로 봐도 무방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검은 A씨가 김씨에게 '대통령과 영부인이 큰 힘이 됐다'는 취지의 문구와 함께 2023년 3월 17일이라는 날짜가 적힌 편지를 클러치 백과 함께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김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된 지 9일이 지난 시점이다. 당 대표 당선을 염두에 둔 청탁성 대가였다고 의심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연합뉴스반면, 이 전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의 취임식 이전인 2022년 3월 김씨에게 물건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특검에서도 당시 당선인 신분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공직자로 볼 수 있는지 법리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쉐론 시계를 전달한 사업가 서성빈씨의 경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는 피의자 신분일 가능성이 높다. 서씨는 2022년 9월 김 씨에게 시가 5천만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선물했고 그 무렵 경호처와 1790만원 상당의 로봇개 시범운영 계약을 맺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직자의 직무 관련성만 입증되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는 서씨가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만, 서성빈씨는 현재 로봇개 관련 사업 수주 의혹에서는 참고인 신분이다. 이는 서씨가 로봇개 시범운영 계약 당시 직접 당사자가 아니었던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씨는 경호처 계약 이후 로봇개 사업 계약을 종료한 상태였다.
특검이 만약 서씨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한다면 이같은 부분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씨가 윤 전 대통령이 공직자 시절일 때 시계를 전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상황에서 서씨가 어떤 목적으로 이를 전달했는지 그 대가성을 밝혀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검은 내달 김건희씨를 조사한 후 공여자들의 신분을 일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