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이른바 '1인 1표제'를 추진하면서 내부 반발에 부딪쳤다. 정 대표 측은 "정당 민주주의 실현"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내부에선 "정청래 연임용"이란 의심이 존재한다.
일각에선 정 대표의 연임 여부와는 별개로 정밀한 보완책 없이 '1인 1표제'를 시행할 경우 당이 일부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에 취약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민주당은 당무위원회를 열고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최종 단계인 중앙위원회 개최일을 오는 28일에서 다음 달 5일로 미루기로 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정 대표가 직접 일정 수정안을 발의했다"며 "보완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 강한 반발에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셈이지만, 결국 원안대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반발하는 이들도 명분상 1인 1표제 자체를 대놓고 반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개 반발에 나섰던 이언주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1인 1표제 원칙에 대한 찬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과 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지역에 대한 전략적 문제, 과소대표 되는 취약지역에 대한 우려 등이 실제 논란의 핵심"이라고 했다.
조 사무총장 또한 "당무위에서 일부 이견이나 우려사항이 있었지만 당헌·당규 처리에 전체적으로 동의했다"며 "최근에 벌어진 문제를 치유하고 더 크게 단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수단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이번 시도를 '정청래 사당화'의 일환 중 하나라고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경쟁자였던 박찬대 후보에게 대의원 투표에선 졌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 크게 이겨 이를 뒤집은 바 있다.
이를 두고 한 여당 관계자는 "정 대표가 대의원 투표에서 져놓고는 본인이 직접 대의원제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룰을 바꾼다는 건 두고두고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임 이재명 당대표 시절에도 당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대의원제 폐지안'을 이 대표가 수용하려고 했지만, 당권을 잡은 상황에서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룰을 바꾸는 것 자체에 대한 비토가 제기된 바 있다. 결국 이해관계 충돌 논란에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가치 비율을 1대 60에서 1대 20으로 줄이는데 그쳤다.
내부에선 정당 민주주의라는 명분만 따라 '1인 1표'로 전환하면 자칫 당이 강성 목소리에 휘둘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강성 당원들의 표심이 확대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번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전당원 여론조사다. 정 대표는 86.8%의 찬성률이 나온 것을 거론하며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여론조사 참여율 자체가 16.81%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우려대로 일부 적극 참여 당원들의 의사가 확대 반영된 셈이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는 "1인 1표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처럼 보이긴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이를 먼저 시행한 국민의힘이 '영남 자민련'이 된 것처럼 우리도 강성 당원들에게 휘둘리는 당이 될 수 있다"며 "민주주의 성질상 한 번 바뀌면 되돌리기가 어렵다. 처음부터 보완책을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