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내 패밀리레스토랑이 고물가 속 '가성비'와 '접근성'을 앞세워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주요 매장들은 인기에 힘입어 점심 영업시간을 늘리고 점포 위치를 옮기는 등, 다양한 전략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추억의 패밀리레스토랑, 다시 '핫플'로 부상
과거에는 특별한 날에만 갔던 패밀리레스토랑이 고물가 시대 속 합리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전승연(26)씨는 "중고등학생 때 핫(hot)했던 기억에 추억 삼아 최근에 다시 가봤는데 만족스러웠다"며 "요즘 물가가 비싸서 밖에서 따로 양식을 사 먹는 것보다 가격이 괜찮다"고 말했다.
최근 패밀리레스토랑을 찾는 이용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연말 오픈한 '빕스 마곡 원그로브점'의 경우 하루 최대 220팀이 대기했을 정도다. 현재도 주중을 포함한 평균 대기 시간이 45분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용객 증가세에 따라 패밀리레스토랑은 점포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매장은 2023년 92개에서 현재 101개 점포로 늘었고, 빕스 역시 같은 기간 27개에서 35개 점포로 몸집을 키웠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매출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아웃백 매출은 2021년 3928억 원에서 지난해 4306억 원으로 뛰었다. 빕스의 지난해 신규 점포의 평균 매출 또한 전년 대비 약 35% 늘었다.
가성비·트렌드·상권 공략 주효
패밀리레스토랑의 인기가 다시 높아진 배경에는 물가 상승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2.4% 각각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물가가 많이 올라가면서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메인 식사부터 디저트까지 한 번에 다 할 수 있는 포인트를 이용객들이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성비'는 패밀리레스토랑 인기 회복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매장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애슐리퀸즈는 1만9900원의 런치 가격을 앞세워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이는 다른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도 비교적 저렴한 편에 속한다.
아웃백 런치 세트는 단품 메뉴만 주문해도 추가금 없이 부시맨 빵, 수프, 에이드, 식후 커피까지 제공돼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아웃백은 오후 3시까지였던 런치 타임을 4시로 연장해 고객들이 메뉴를 더욱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내부에서도 이 전략이 꽤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2차를 가는 술자리 문화가 줄면서 한 곳에서 식사와 술, 디저트까지 모두 즐기는 패턴도 늘고 있다. 이에 와인과 맥주, 핑거푸드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와인&페어링존'이 빕스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빕스는 메뉴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을 직접 선별하고, 술과 곁들이기 좋은 트렌디한 핑거푸드 메뉴를 꾸준히 개발 중이다.
패밀리레스토랑의 전략적인 상권 분석이 유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패밀리레스토랑 업계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점포를 이전하거나 재정비하는 '리로케이션'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아웃백은 총 101개 매장 중 55곳이 리로케이션 매장이며, 이들 매장은 평균 120~130% 수준의 매출 상승을 기록했다.
빕스는 지난 9월 김포 현대 아울렛에 신규 매장을 연 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기존 미아점을 현대백화점 미아점으로 이전해 새롭게 오픈했다. 백화점 입점으로 교통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고 젊은 세대부터 가족 단위까지 폭넓은 고객층을 아우르겠다는 전략이다.
신메뉴·브랜드 다변화까지 나선 패밀리레스토랑
패밀리레스토랑은 신메뉴 개발, 브랜드 정체성 다변화 등 차별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들도 모색하고 있다.
아웃백은 '가족 외식공간'에서 전 연령층을 포용하는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립했다. 새로운 브랜드 지향점에 맞춰 애피타이저, 파스타, 사이드, 런치 신메뉴까지 전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고객의 취향에 따라 메뉴를 구성할 수 있는 '커스텀 가이드' 메뉴북도 도입했다.
아웃백은 또한 최근 연말을 맞아 'RUBY THE WINTER(루비 더 윈터)'를 테마로 한 겨울 신메뉴를 출시했다. 이번 신메뉴는 '랍스터'를 주재료로 하고, 연말의 화려함을 상징하는 '루비'를 테마로 가니쉬를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빕스는 단순한 식사 공간을 넘어, 상권과 고객 특성에 맞춘 프리미엄 다이닝 공간으로 나아가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합정역점은 직장인 단체 회식 수요를 겨냥해 40인까지 수용 가능한 프라이빗 룸을 마련했다. 실제로 26인까지 수용 가능한 룸을 갖춘 마곡 원그로브점의 전체 방문객의 10% 이상이 인근 직장인들의 회식과 모임 예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은평 롯데점은 키즈 프렌들리 콘셉트를 적용해 놀이공원 분위기의 키즈룸과 키즈 메뉴를 만들어 어린이 친화 요소를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