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주 후반 1470원대 중반까지 치솟으며 7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다.
지난 21일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7원 급등한 1475.6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관세 폭풍이 불었던 지난 4월 수준이다.
이는 미국 증시가 급락한 데다 코스피에서도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일본의 재정정책 확대에 따른 엔저 현상에 원화가 동기화된 영향 등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들의 해외 투자를 위한 달러 수요는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소다.
당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 8210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는 3.8% 하락하며 3853선까지 내려앉았다.
글로벌 시가총액 1위이자 AI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사상 최고 실적을 발표했지만, 이른바 'AI 거품론'이 재점화되면서다.
밤사이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으로 투매가 벌어졌고 코스피 주도주인 반도체 종목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위험 선호 심리가 꺾이며 외국인의 증시 이탈이 가속화된 것이다.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더 후퇴한 점도 환율을 자극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를 보면, 현재 미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65%정도로 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00을 넘어섰다.
달러는 강세와 함께 엔화 약세가 지속하는 점도 환율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돈 풀기' 정책에 시동을 걸면서 재정 악화 우려에 엔화와 일본 국채는 급락했다. 일본 정부는 같은 날 21조 3천억엔(약 200조원) 규모의 대책을 발표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 후 첫 경기 부양책이다.
엔화 환율은 10개월 만에 157엔을 뚫었고, 일본 10년 만기 국채금리 1.8%에 육박할 정도의 17년 만에 최고치다. 국채 30년물 역시 3.3%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은행 민경원 연구원은 앞서 지난 20일 보고서에서 "달러화는 일본의 대규모 부양책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엔화가 약세를 보이자 강세였다"며 "일본 재정 우려도 엔화 약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