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에 색을 칠하자는 어린이들의 정책 제안서. 서울시 제공서울시는 어린이 관점에서 서울시에 필요한 정책을 제안할 '서울 어린이 정책 참여단'을 올해 운영했다.
6개 분과 49명의 어린이들이 5월부터 지난달까지 분과별 모임과 현장 탐방 등을 통해 우수한 정책들을 제안했다.
먼저 안전 분과 어린이들은 맨홀과 노면 파임을 색으로 표시하자는 정책을 제안했다.
어린이들은 "비 오면 맨홀 뚜껑이 블랙홀처럼 안 보인다"는 문제 의식으로 탐구 활동을 한 끝에 서울의 맨홀 중 14%만 추락방지시설이 설치돼 있다는 지표를 찾아냈다.
이들의 결론은 단순했다. "위험을 감추지 말고, 보이게 하자"는 것. 색깔로 표시된 고속도로 유도선처럼 맨홀·단차·미끄럼 구역 등을 색으로 명확히 표시해 일상 속 위험을 줄이자는 제안이다.
함께한 정책 전문가들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크고, 행정이 바로 시범 적용하기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놀이 분과 어린이들은 서울에 1만 개 놀이터가 있지만 장애 어린이가 쓸 수 있는 전용 시설은 전체의 0.23%에 불과하다는 팩트에 주목했다.
이들은 조사를 통해 장애인구 증가추세에 맞게, 그리고 또래와 상호작용을 위해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들이 함께 놀 수 있는 '통합' 놀이 공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특히 이들은 어른이 설계하면 장애 친구가 뭘 힘들어하는지 놓칠 수 있다며 설계 역시 '통합'적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장애 아동과 보호자, 또래 어린이가 설계 단계부터 함께 참여해 놀이터 완성 후에 실제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
정책 전문가들은 "단순한 '시설 설치'가 아니라 관점 전환이 담긴 정책"이라고 호평했다.
서울시 제공이밖에 존중 분과는 장애인·임산부 등의 이동권 강화를 위해 구청 등 생활권 중심으로 '걸림돌 없는 경사로' 설치를 의무화하자고 제안했다. 이동권 보장은 단순 편의를 넘어 인권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건강 분과는 "사이버 폭력 가해자 계정 단계적 정지 제도"를 제안했다.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과 재범 우려를 줄이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계정을 단계적으로 제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서울시와 플랫폼의 협약이 필요하지만 실효성이 높다는 평가다.
미래 분과는 증가하고 있는 'AI 활용 학교폭력' 문제를 들여다봤다. 학교폭력 여부를 AI로 1차 판별하고 필요 시 상담가와 연결하는 'AI 학교폭력 상담 앱'을 제안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피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점을 보완한 서비스다.
환경 분과는 시민이 게임처럼 쓰레기 감축을 실천하고 미션을 인증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쓰레기 감축 앱'을 구상했다. 생활 속 환경 실천을 자연스럽게 습관화하자는 목적이다.
서울시는 22일 열리는 '서울 어린이 꿈 축제'에서 이들 어린이 정책 참여단에게 상을 수여한다.
서울시는 이들 정책 아이디어를 저극 검토해 시정해 반영해 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