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 셀 공진기의 구조와 시뮬레이션된 전기장 분포. IBS 제공우주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암흑물질 '액시온' 탐색 연구가 한 단계 진전을 이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암흑물질 액시온 그룹 윤성우 CI 연구팀은 독자 개발한 다중 셀 공진기와 극도로 미세한 신호도 잡아내는 초전도 신호 증폭 기술을 결합해, 고주파수 영역으로 액시온 탐색 범위를 확장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탐색 감도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액시온(axion)은 물리학 이론에서 가능한 물질과 반(反)물질의 비대칭 현상이 실제 실험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이유, 즉 'CP 대칭성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제안된 가설 입자다.
이 입자는 극도로 가볍고 전기적으로 중성이며, 다른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는 특성을 지닌다. 이런 특성은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약 85%를 차지하지만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dark matter)'의 성질과 일치한다. 또 액시온이 우주 초기 생성돼 현재까지 잔존할 수 있다는 이론적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암흑물질의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액시온을 검출하기 위해서는 강한 자기장과 극저온 환경에서 공진기를 이용해 극도로 미약한 전자기 신호를 포착해야 하며, 이를 위해 잡음 억제와 장치의 안정적 운용이 필수적이다.
IBS 연구진은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를 여덟 개의 동일한 셀(Cell)로 나눈 8셀 구조의 공진기를 독자적으로 설계·제작했다. 이 새로운 구조는 공진기의 크기를 줄이지 않고도 더 높은 주파수에서 공진이 일어나도록 구현해 신호 감도를 유지할 수 있다.
또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도쿄대 공동연구팀에게 제공받은 양자 증폭기(JPA)를 결합해 잡음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극도로 미약한 신호를 증폭함으로써, 기존 단일 원통형 공진기보다 약 3배 높은 주파수 영역에서도 안정적인 탐색 성능을 확보했다.
연구진은 새로 개발한 공진기를 8테슬라(T)의 강한 자기장과 약 40밀리켈빈(mK, -273.11℃)의 극저온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구동하며, 약 5.9기가헤르츠(GHz)의 고주파 대역을 정밀 탐색했다. 공진 주파수를 세밀하게 조정하며 데이터를 누적해 분석한 결과, 탐색 대역에서 액시온 존재 신호는 관측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 HAYSTAC 등 유사 주파수 대역을 탐색한 해외 선도 연구 대비 약 2배 개선된 민감도를 달성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탐색 성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윤성우 CI는 "이번 성과는 다중 셀 공진기를 활용해 고주파 영역에서도 안정적이고 높은 감도의 탐색이 가능함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결과로, 향후 탐색 범위를 본격적으로 확장할 기술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최적화를 통해 탐색 민감도를 높이고, 국제 협력 연구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액시온 탐색 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