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의장. 연합뉴스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지난해 말 보통주 200만주(약 672억 원)를 미국 자선기금에 전액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매출 대부분이 한국에서 발생하는 쿠팡은 당시 한국 등 국내외 기부를 예고했지만, 실제로는 전액이 미국으로만 흘러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김 의장, 한국 빼고 美에 전액 기부
쿠팡Inc 김범석 의장이 지난해 주식 매각과 기부와 관련해 미국 SEC에 제출한 자료. 안호영 의원실
11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쿠팡으로부터 제출받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 등에 따르면, 쿠팡Inc 김범석 의장은 지난해 11월 11일 기준으로 쿠팡 클래스A 보통주 200만주를 자선기금에 증여했다. 당시 쿠팡 주가 종가(주당 약 24달러·환율 1400원) 기준 한화 약 672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김 의장이 제출한 SEC 공시를 살펴보면 기부를 받는 자선기금의 실체나 국가는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a fund for charitable donations(자선기금)'으로만 표기돼 있다.
그러나 의원실 확인 결과, 김 의장은 지난해 11월 쿠팡 주식 200만주를 모두 미국 내 자선기금에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출의 약 90% 이상을 한국에서 올리면서 정작 기부금은 모두 미국에 증여한 셈이 됐다.
쿠팡 측은 지난해 11월 김 의장의 주식 기부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부는 한국을 포함한 국내외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곧바로 방향이 바뀌어, 결과적으로 모든 기부금이 미국으로만 흘러갔다. 국내 매출로 거둔 이익이 정작 해외 자선기금으로만 쓰였다는 점에서 '말 바꾸기'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금 문제 때문에 韓 기부 포기?
황진환 기자업계 일각에서는 미국 시민권자인 김 의장이 세금 문제 때문에 한국 기부를 포기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미국 세법상 김 의장은 미국 정부가 인정한 미국 내 자선단체에 기부할 때만 조정소득의 60%까지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주식으로 기부하면 더 많은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한국 단체나 해외 기관에 기부하면 세금 공제를 전혀 받을 수 없다.
한국 쿠팡 관계자들은 김 의장이 구체적으로 어느 자선단체나 기금에 주식을 증여했는지는 알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본사 쿠팡Inc에 질의를 해도 구체적인 자료를 받기 힘든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안호영 의원실이 관련해 문의를 하자 쿠팡 관계자는 "기부된 주식은 자선기금의 운용 방식에 따라 운용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쿠팡의 매출과 이익 대부분이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음에도, 창업자가 세금 절감을 이유로 미국에만 기부를 한 것은 사회적 책임에서 벗어난 행위"라며 "한국 소비자와 노동자들의 노력으로 성장한 기업인데도, 국내에는 아무런 환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한편, 쿠팡은 올해 3개 분기 연속 2천억 원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 5일 발표한 3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0% 성장한 12조8천억 원대로 분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