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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대장동 일당에 면죄부 안긴 검찰…수뇌부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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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왼쪽)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연합뉴스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왼쪽)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비리사건의 1심판결에 대해 검찰수뇌부가 항소포기 결정을 내리자 수사팀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비리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끝까지 밝혀내야할 검찰이 스스로 책무를 저버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는 지난달말 법원 1심판결에서 징역 8년에 추징금 428억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징역 8년 추징금 8억 1천만원을 정민용 등 나머지 피고인 3명은 징역 4~6년, 추징금을 선고받았지만 이 가운데 정영학 남욱 피고인은 추징금을 선고받지 않았다.
 
법원은 검찰이 주장하는 특경가법 상 배임죄를 인정하지 않고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에 근거해 위와 같은 형량을 정한 뒤 판결을 선고했다.
 
배임 행위로 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발생한 손해액이 특경법 적용 기준인 5억원 이상이라는 점이 엄격하게 특정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형법상 배임죄가 적용됐다. 이와 함께 법원은 손해액의 특정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 성남시의 피해액 전체에 대한 환수 성격의 추징(약 4800억 원)을 명해달라는 검찰의 주장 역시 배척했다.

판결이 내려진 이후 검찰은 항소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설령 이 사건 수사에 개입돼 온 '정치적 노림수'를 배제하더라도 대장동 일당이 개발행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법을 어기고 얻어간 부당한 이득이 실체에 비해 너무 미미하게 평가됐다는 점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의 모습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의 모습
대장동 수사과정에서 일당이 챙겨간 이익금의 규모가 1조원에 이른다는 얘기가 떠돌았던 점을 감안해 보면, 김만배씨에 선고된 추징액 428억원은 검찰의 오랜 수사로 추출해낸 액수 4800여억원의 1/10에도 못 미치는 미미한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검찰이 당연히 항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인데, 결과는 검찰의 항소포기 결정이었다. 이 결정이 갖는 의미는 그동안의 수사결과와 수집된 증거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측과의 다툼을 통해 더 중한 판결을 받아낼 가능성을 포기함으로써 여지 자체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성남시가 추진하려던 막대한 규모의 손해액 환수도 물 건너 갔다.
 
문제는 이 사건을 수사하고 공판을 진행해온 검사들은 항소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검찰수뇌부가 검사들의 이같은 바램을 저버리고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린 점이다. 항소포기 결정의 당사자인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법무부 의견을 참고하고 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수사와 공판을 맡아 진행했던 검사들의 반발을 무릅쓸 때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범죄를 단죄할 목적으로 기소한 애초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거나 그에 미치진 못했다 하더라도 수긍할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면 실무를 맡았던 검사들이 반발할 이유가 없다. 이 건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것이 수사 담당자들의 판단이다.
 
대한민국 형사소송법상 법원 판결에 대해 항소할 수 있는 권한은 검사에게 주어져 있고 검사는 형사사건에 대해 '공익의 대표자'로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찾고 정당한 법령 적용을 청구할 의무를 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검찰의 항소포기는 공익 대표자로서의 의무를 포기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왼쪽)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박종민·윤창원 기자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왼쪽)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박종민·윤창원 기자
항소포기 결정을 두고 검찰총장 말 다르고 중앙지검장의 말이 다른 것도 우려스럽고 안타까운 지점이다. 사건에 대한 일관된 논리가 수뇌부에서 말단 수사검사에 이르기까지 미치는 것이 검찰의 조직논리이다.

특정사안에 대한 이견이 존재한다면 내부 조율을 거쳐 일치된 의견을 만들어내는 것이 순서지 수뇌부가 사건을 거머쥔 채 시간을 보내다 시한에 임박해 일방적인 결정을 내리는 건 정당한 지휘권의 행사가 아닌 독단이란 비판을 부를 수 밖에 없다.

현재까지 드러난 의사결정 과정을 따져보면 과연 내부의견을 한 곳으로 모으려는, 그것도 국민의 대변자로서 역할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일말의 의지라도 있었던 것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일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는 주장도 나오지만, 그에 앞서 검찰이 검찰에 부여된 역할을 부끄러움 없이 제대로 했는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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