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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공항, '최대·최초·최장' 기술 도전으로 하늘길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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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최대 수심 31m 바다를 메워라"…국내 최대 해상매립 공항
공항 건설에 '케이슨' 최초 적용…울릉공항 '활주로' 초석으로
케이슨, 52시간 걸쳐 포항서 210km 이동…3년 만에 30함 운반
"1500m 활주로 요구" vs "1200m 활주로로 운항 가능"
2028년 개항 목표…도서지역 최초 전국 '1일 생활권' 기대

2025년도 울릉공항 공정 추진 현황. 울릉공항 건설사업관리단 제공2025년도 울릉공항 공정 추진 현황. 울릉공항 건설사업관리단 제공
울릉도 남단에 솟은 해발 194m 가두봉은 과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 가두봉을 깎아내 얻은 암석과 흙으로 사동항 앞바다를 메워 울릉공항을 짓기 때문이다. 기자가 현장을 방문한 지난 6일에도 40톤 덤프트럭이 연신 흙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공사장에 있는 서른 대 트럭이 하루에 1천 번, 총 120만 톤 분량의 흙을 쏟아붓는 셈이다.

"최대 수심 31m 바다를 메워라"…국내 최대 해상매립 공항


가두봉을 깎은 흙으로 울릉공항 부지를 메우는 작업 모습. 김승모 기자가두봉을 깎은 흙으로 울릉공항 부지를 메우는 작업 모습. 김승모 기자
울릉군 사동항 일대에 43만 455㎡(약 13만 평) 규모로 들어설 울릉공항은 지난 2020년 7월 첫 삽을 뜬 이후 수많은 난관에 부딪혔지만, 새로운 기술로 도전하며 하늘길을 뚫는 중이다.

특히 바다를 메워 공항을 짓는 해양매립 공사는 국내 공항 중 최대 규모다. 매립 수심이 평균 23m, 최대 31m에 달할 정도로 깊어 최대의 난공사로 꼽힌다. 단순히 바다만 메워서도 안 된다. 흙을 메운 뒤 평균 46m, 최고 54m 높이로 쌓아 올리는 성토 작업도 이어진다.

매립과 성토 작업 등에 필요한 토사만 915만㎡로 가두봉을 30개월 동안 깎아야만 한다. 가두봉을 깎은 흙으로 공항 부지를 메우는 작업은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설계 오차를 최소화했다.  

2025년 9월 울릉공항 건설 현장 모습. 국토교통부 제공2025년 9월 울릉공항 건설 현장 모습. 국토교통부 제공
울릉도 지형마저 바꾼 공사는 오는 2027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지난달 말 기준 전체 68.7%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말까지 70.4% 공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공항 건설에 '케이슨' 최초 적용…울릉공항 '활주로' 초석으로


울릉공항 건설 현장 중 케이슨(붉은색으로 표시된 구조물) 모습. 국토부 제공울릉공항 건설 현장 중 케이슨(붉은색으로 표시된 구조물) 모습. 국토부 제공
울릉공항은 1200m 길이 활주로가 들어설 평지를 확보할 수 없는 탓에 바다를 메워 만들어야 했다.

이 때문에 울릉공항 건설에는 주로 항만 공사에 적용하는 '케이슨(바다를 막는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 공법이 최초로 도입됐다. 시공사인 DL이앤씨 등이 케이슨으로 바닷물을 막은 다음 그 안쪽을 메우는 공법을 공항 건설에 국내 최초로 적용해 활주로 초석으로 삼은 것이다.

울릉도 바다 수심이 깊다 보니 케이슨의 크기도 높이 28m, 너비 32m, 길이 38m로 12층 아파트 3개 동 크기의 국내 최대 규모다. 최대 중량 또한 1만 6400톤으로 중형차 1만여 대 무게와 맞먹는다.

케이슨은 벌집 구조를 본떠 '파력 분산형'으로 제작했다. 격자 구조로 이뤄진 공간들이 파도의 충격을 효과적으로 분산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파도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기 위해 곡선으로 설계했다.

김현기 울릉공항 감리단장은 "200년 빈도 이상의 설계파를 적용한 해수모형시험을 실시해 호안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활주로 높이를 23m, 울릉공항부지 외곽의 방파호안 높이를 24m로 계획해 200년 빈도 이상의 파랑에 대응했다는 취지다. 지난 2020년 태풍 '마이삭' 발생 당시 최대 파고는 16m로 알려졌다.

케이슨, 52시간 걸쳐 포항서 210km 이동…3년 만에 30함 운반


바다에서 바라본 울릉공항 건설 현장 중 케이슨(붉은색으로 표시된 구조물) 모습. 김승모 기자바다에서 바라본 울릉공항 건설 현장 중 케이슨(붉은색으로 표시된 구조물) 모습. 김승모 기자
매립 공사는 케이슨 공법을 적용한다지만, 풀어야 할 문제는 또 있다. 울릉도 현장에서 이 거대한 케이슨을 제작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포항에서 제작해 울릉도로 하나(1함)씩 운반하는 방법을 택했다.

예인선을 이용해 해상 210km 거리를 52시간에 걸쳐 케이슨 1함씩 실어 오는 작업을 반복했다. 총이동 거리만 약 6300km, 케이슨 운송으로는 국내 최장 기록이다. 특히 운반 과정에서 케이슨의 균형을 유지하고 파손을 막아야 해 최소 5일간 파도의 높이가 1.5m 이하로 유지돼야 했다. 이런 이유로 작업 일수는 한 달 평균 10~15일에 불과했다. 2022년 5월 시작한 케이슨 운반 작업은 약 3년 만인 지난 3월에서야 끝났다

케이슨을 옮긴 뒤에는 바닷속에 가라앉혀 설치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1만 6400톤의 케이슨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 사석(작은 돌덩이) 6만 톤을 부어 바닥 평탄화 작업과 기초를 다졌다. 이때 돌의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달라 장비는 물론 잠수부가 바다로 들어가 돌 틈 사이를 직접 메워 완성했다.

숱한 난관을 뚫고 울릉공항을 건설해 나가는 작업자들에게는 자부심도 느껴졌다.

김 단장은 "케이슨을 설치해 활주로를 건설하는 방법은 세계 최초"라며 "울릉공항이 준공되면 케이슨 공법 등 기술도 아마 수출이 이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1500m 활주로 요구" vs "1200m 활주로로 운항 가능"


활주로 1500m 연장을 요구하는 울릉공항 대책위원회 소속 주민들. 김승모 기자활주로 1500m 연장을 요구하는 울릉공항 대책위원회 소속 주민들. 김승모 기자
최고 수준의 안전한 공항을 건설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일각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울릉공항 활주로를 기존 계획보다 300m 늘여 1500m로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울릉공항 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현장 설명회에서 기자단을 만나 "울릉공항이 국내 최악의 항공 기상환경 지역에 건설되고 있다"며 "강수와 강풍일수 및 지역적 위험성이 높아 어느 공항보다 안전성 대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두봉을 깎으면서 바람을 막는 기능이 사라져 난기류 가능성이 커지고 취항 예정 항공기(ATR-72)의 최적 조건 기준 이륙거리는 1315m로 현재 건설 중인 활주로 1200m를 초과한다"며 "활주로 길이를 1500m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1315m는 최대 연료 등 무게를 가장 무겁게 하는 상황에서의 이륙거리로 단순 제원에 해당한다"며 "실제 운영 단계에서 항공기는 회항에 대비한 대체공항, 체공시간 등을 포함한 법정연료를 탑재하고, 승객 좌석도 80석이 아니라 항공사의 상황에 맞도록 조정(68석 예정)해 운항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용역은 물론 울릉 취항 예정 항공사에 확인한 결과 1200m 활주로에서의 무게 중량 제한 없이 이착륙 운항이 가능함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지역 주민과의 소통 감화를 위해 공사 현장에서의 방문자 설명은 물론 지난 9월에는 울릉군청을 직접 방문해 주민 100여 분을 모시고 설명회도 개최했다"면서 "올해 7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울릉공항 개항 로드맵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진행사항 등도 오는 12월 초 주민설명회를 통해 공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2028년 개항 목표…도서지역 최초 전국 '1일 생활권' 기대


울릉공항 건설에 따른 기대 효과 이미지. 울릉공항 건설사업관리단 제공 울릉공항 건설에 따른 기대 효과 이미지. 울릉공항 건설사업관리단 제공 
울릉공항은 사동항 일원 43만 455㎡부지에 8792억 원을 들여 활주로(1200m×36m), 착륙대(1320m×150m), 계류장(주기장 6대·경항공기 4대·헬기 2대), 여객터미널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울릉공항은 2028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울릉공항이 개항하면 국내 내륙에서 7시간 이상 걸리는 이동 시간이 1시간대로 단축, 도서지역 최초로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연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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