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 비콘 라이브러리. 서울시 제공오랫동안 방치됐던 서울의 빈집들이 마을 도서관과 예술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서울시와 SH공사가 진행한 '빈집활용 건축디자인 공모전'에서 5개의 당선작이 선정됐다.
대상은 미아동 '비콘 라이브러리'가 가져갔다. 노후 주택 한 채를 낮에는 열린 정원, 밤에는 골목을 비추는 '등대' 같은 도서관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투명한 1층 구조로 이웃과 시각적 소통을 만들고, 경사 지붕 아래로 새어나오는 조명을 통해 밤에도 마을의 중심을 밝히는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심사위원들은 "작품 자체가 지역의 새로운 상징이 될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최우수작 '그루터기 도서관'은 도서관 내부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의 움직임을 그대로 외부에 드러내는 방식으로 마을의 활력을 디자인했다.
나머지 우수작 3점은 독산동의 다층 소형 주택을 작은 지붕형 마을 카페로 바꾸거나, 서촌 옥인동의 빈집을 예술인 레지던시와 주민 편의시설로 전환하는 등 지역 특성을 깊게 반영했다.
서울시는 이번 공모에서 선정된 디자인 가운데 실현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2026년 빈집 정비사업에 직접 반영할 계획이다.
이미 SH가 매입해 확보한 빈집들 상당수가 지역 내 청년·신혼부부 임대주택이나 생활정원, 공용 주차장 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이번 도서관·문화공간 모델도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도시의 오래된 그늘로 남아 있던 빈집 한 채가 '동네의 등대' 역할을 하는 작은 도서관으로 바뀌는 이 흐름은 서울시가 강조하는 생활기반시설 중심의 도시재생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빈집이 더 이상 방치된 공간이 아니라, 책과 사람을 불러 모으는 지역의 '등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