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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전문의 20년 연구, "감정은 몸이 만드는 리듬의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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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출신 강도형 박사, '감정시계'
"감정이 스트레스나 사건의 결과가 아니라 신체 리듬의 파동이 만들어낸 산출물"
"짜증, 불안, 우울 이면에선 파열된 생체리듬이 불협화음 만들어"
장, 심장, 피부, 척추, 송과체, 편도, 해마, 생식선, 뇌간, 섬엽 등
10개의 '감정시계의 태엽', 감정과 생체리듬의 관계 풀어내

서울대학교병원 교수 출신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도형 박사가 20년동안의 몸-뇌-마음 연구를 집대성한 신간 '감정시계'를 펴냈다. 쌤앤파커스 제공서울대학교병원 교수 출신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도형 박사가 20년동안의 몸-뇌-마음 연구를 집대성한 신간 '감정시계'를 펴냈다. 쌤앤파커스 제공공황장애 환자들은 대개 이른 오후에 증상이 심해졌고 우울증 환자들은 아침이 가장 괴롭다고 했다. 강박 증세는 잠자리에 들 무렵 기승을 부렸고 불안은 퇴근 직후의 텅 빈 시간대에 자주 출몰했다. 나는 그 시간대를 일일이 기록하며 그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언제 잠들었는지, 소화 상태가 어땠는지, 햇빛을 얼마나 쐬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감정이 스트레스나 사건의 결과가 아니라 신체 리듬의 파동이 만들어낸 산출물이라는 점이다.

나는 '정신'과를 찾은 환자의 '몸'을 진료하기 시작했다. 위, 장, 심박수, 체온, 호흡, 근육 긴장도, 수면 호르몬, 심지어 척추의 상태까지. 우리는 언젠가부터 마음을 뇌 안에 가두고, 감정을 뇌의 작동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몸이라는 태엽이 돌면서 감정이라는 시계가 작동한다고 본다. 이 시계가 누구나 가지고 있는 패턴을 따라 작동한다면 이는 감정을 측정하고, 관리하고, 조율할 근거가 된다.
-p.16~17 프롤로그: 감정을 이해한다는 착각


서울대학교병원 교수 출신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도형 박사가 20년동안의 몸-뇌-마음 연구를 집대성한 신간 '감정시계'(쌤앤파커스)를 펴냈다.

저자인 강도형 박사는 감정이란 몸이 만드는 리듬의 현상이라고 단언한다.

이 책은 감정의 발생점인 장, 심장, 피부, 척추, 송과체, 편도, 해마, 생식선, 뇌간, 섬엽 등 10개의 신체 기관을 '감정시계의 태엽'이라고 부르며 감정과 생체리듬의 관계를 풀어낸다.

저자는 '몸의 리듬이 감정을 만든다'며 어긋난 생체리듬을 조율해 감정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10개 신체 태엽을 따라가며 진행된다.

장은 세로토닌을 생산하고 염증반응을 조절하는 감정의 근원지이며, 심장은 혈액의 펌프인 동시에 전기적 감정 신호의 송신소다.

피부는 감정을 세상과 연결하는 감각의 관문이고, 편도체와 해마는 감정을 저장하고 조율하는 기억의 중추다.

척추는 신경 신호를 타고 감정의 진동을 전신으로 퍼뜨리며, 송과체는 리듬의 시작과 끝, 즉 낮과 밤, 각성과 수면을 관장한다.

생식선은 일상의 생기와 활력을, 섬엽은 시간과 감정의 통합된 감각을 통해 '자아'를 조율한다. 이 모든 장기를 통해 우리는 감정을 '느낀다'. 몸이 감정을 만들어내면 뇌는 이를 '번역'할 뿐이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짜증, 불안, 우울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파열된 생체리듬이 불협화음을 만들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분노는 감정의 리듬이 급박해질 때 생기고, 우울은 리듬이 느려지고 침잠할 때, 불안은 지나치게 빠른 신호들이 제어되지 못할 때 발생한다.

공허함은 리듬이 멈춘 상태에서, 무기력은 리듬의 진폭이 거의 사라져 미세한 진동이 될 때 나타난다.

이 모든 결과가 신체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교향곡이라는 것이 20년 연구결과 얻은 저자의 통찰이다.

이 책은 감정의 발생점인 장, 심장, 피부, 척추, 송과체, 편도, 해마, 생식선, 뇌간, 섬엽 등 10개의 신체 기관을 '감정시계의 태엽'이라고 부르며 감정과 생체리듬의 관계를 풀어낸다. 쌤앤파커스 제공이 책은 감정의 발생점인 장, 심장, 피부, 척추, 송과체, 편도, 해마, 생식선, 뇌간, 섬엽 등 10개의 신체 기관을 '감정시계의 태엽'이라고 부르며 감정과 생체리듬의 관계를 풀어낸다. 쌤앤파커스 제공장은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가 조율할 수 있는 영역이다. 변화가 빠르고 반응도 비교적 명확하게 나타난다. 몸이 재료라면 뇌는 요리사고 마음은 그 요리사가 만들어낸 요리다. 요리가 탈이 났다면 원인은 요리사에게 있을 수도, 재료에 있을 수도 있다. 이 둘 사이의 시스템이 어긋나 있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요리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일, 즉 몸-뇌-마음이라는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p.36 우울은 장에서 시작된다


다시 말해 감정이 뇌에서 해석되기 전에 몸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척추가 정렬되어야만 감정이 선명해진다는 뜻이다. 주의력 역시 마찬가지다. 주의력이란 정보를 고르는 능력이 아니라 불필요한 자극을 자르는 능력이다. 다시 말해 선택의 기술이 아니라 커팅(cutting)의 기술이다. 잘라내고, 무시하고, 억제하는 능력. 중심이 흔들리면 이 커팅 감각은 사라지고 우리는 끝없이 감정의 노이즈에 휘둘리게 된다. 그래서 척추를 바로 세우는 일은 곧 감정 필터를 재정렬하는 일이기도 하다.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 먼저 중심을 느껴야 한다.
-p.117 척추를 세운다는 것의 철학


특히 전두엽과 두정엽, 측두엽 사이의 외측 틈새 안쪽에 숨어 있는 대뇌피질의 일부인 '섬엽'에 대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위기 상황에서 타인을 위해 행동한 사람들의 뇌에서는 섬엽의 활동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섬엽의 작동하지 않으면 타인과의 리듬을 조율할 수 없다고 전한다. 행복이란 감정과 시간의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섬엽의 리듬이라는 것이다.

'배가 뭉친다', '가슴이 답답하다', '어깨가 무겁다', '머리가 띵하다' 같은 표현들은 모두 신체의 감각인데 섬엽은 이 감각을 포착하고 감정의 이름을 붙여준다. 그런데 트라우마나 감정 마비 상태에 빠졌을 때 섬엽은 기능을 멈춘다. 몸에서는 여전히 반응이 일어나지만 느끼지 못한다. 예를 들어 분노가 치밀지만 그걸 분노라고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의 섬엽은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다. 섬엽은 감정의 파형을 나의 일부로 인식하게 만드는데 섬엽이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런 파형은 그저 흘러가는 노이즈일 뿐이다. 겉보기에 멀쩡하지만 느끼지 못하고, 연결되지 못하고,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p.212 나라는 존재를 묻는다면, 섬엽을 보라

이 책은 감정 조율을 위한 솔루션 또한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10개 신체 태엽을 설명한 장마다 구체적인 명상 방법이나 감정시계 그리기 등을 제시해 실제 따라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매일 아침 얼굴 위로 쏟아지는 햇빛을 향해 몸을 열고, 잠들기 전에 배꼽 주변에 모이는 따뜻한 기운을 상상하고, 고개를 천천히 흔들며 뇌간에 진동을 만들고, 손으로 피부를 자극하며 감각을 깨우는, 작은 습관들을 제안한다.

신체와 감정이 교차하는 접점을 헤아리는 일상의 루틴과 감각 명상을 통해 독자가 감정시계를 조율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저자는 감정이 시간과 함께 흐르는 생리적 리듬이며 조절이 아닌 '조율'의 대상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분을 바꾸고 싶다면 생각이 아닌 몸을 움직이자"고 말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미국 통증학회 공식학술지 'The Journal of Pain'에 세계 최초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가 타인의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최근에는 국제학술지 'Annals of Palliative Medicine'에 정신과 의사로는 세계 처음으로 만성통증이 어떻게 사회인지나 공감 능력에 장애를 일으키는지를 탐구하는 전문가 평론(Editorial Commentor)을 기고했다.

이 책이 도모하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 소외시켜왔던 몸속의 태엽들에 말을 거는 일이다. 질문하고, 느끼고, 상상하고, 소통하는 훈련을 통해 감정의 리듬은 회복된다. 감정과 불화하지 않고, 감정에 굴복하지 않고 함께 춤을 출 수 있게 된다. 감정은 누구도 지배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감정의 리듬에 무지한 이들을 잠식할 뿐이다.
-p.222~223 에필로그: 감정과 함께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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