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저녁 서울 용산구 청파감리교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과 추모의 그리스도인 예배'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 유연주씨의 아버지 유형우씨가 3주기 유가족 증언을 전하고 있다. 장세인 기자"연주를 만날 때까지 울부짖었어요. 나사로를 살리신 것처럼 기적도 바랐어요. 연주에게 숨을 불어 넣어달라고 기도했죠."3년 전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숨진 희생자 故 유연주씨의 아버지 유형우씨는 딸을 잃은 그날을 떠올렸다. 10살 때부터 40년 가까이 신앙생활을 해왔다는 그는 "늘 감사할 일만 있었던 삶 속에서 처음으로 울부짖어 기도했지만 주님은 응답이 없었고 그렇게 하염없이 원망했다"고 말했다.
딸의 장례 마지막 날 유씨는 사경을 헤매다 한 가지 메시지를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당신 자식, 예수 그리스도를 구하지 않고 이 세상 사람들에게 주검을 보여주실 때 자신은 얼마나 아프셨을까. 이 마음이 믿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유씨는 "딸이 죽어갈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위정자들에 대해 분노했고, 그럼에도 22년을 딸 연주와 보낼 수 있어 감사했다"며 "이제 남은 자들이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상을 밝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외쳐달라"고 호소했다.
47개 기독교 단체로 구성된 '10·29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행동하는 그리스도인 모임'은 27일 저녁 서울 용산구 청파감리교회에서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과 추모의 그리스도인 예배'를 열었다. '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의 한걸음'을 주제로 열린 이번 예배에는 100여 명의 성도들이 참석해 159명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 실현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되새겼다.
이날 예배에는 유현우씨를 비롯해 이주영씨의 부모 이정민씨와 최진희씨, 송은지 씨의 부모 송후범씨와 김경자씨, 김의진씨 어머니 임현주씨 등 6명의 유가족이 자리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과 추모의 그리스도인 예배'에 함께 하고 있다. 장세인 기자'고통 당하시는 하나님(요한복음 11:32-44)'을 주제로 설교한 이지일 나들목동행교회 목사는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어미와 아비의 상실감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극심한 고통일 것"이라며 "그 울부짖음 앞에서 우리가 믿는 주님은 어떤 마음으로 유가족들을 바라보고 계실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예수께서 나사로를 잃은 마리아와 마르다가 우는 것을 보시고 마음이 비통하여 괴로워하셨다고 나오는데 '비통하다'로 번역된 이 단어는 '분노로 고함을 지르다', '엄히 경고하고 나무라다'라는 뜻을 내포한 헬라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예수께서 나사로가 살아날 것을 아실 텐데도 비통해하신 것처럼 예수께서 우리에게 안겨주시는 그 부활은 단순한 종교적 성취가 아닌 우리를 향한 진한 눈물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또 "159명의 젊은 생명이 꺼져가던 그 순간 국가는, 책임자들은 무엇을 했는지 진상이 밝혀질 수 있도록 그리스도인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며 "교회는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목소리를 대언하는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에 비통해하고 아픔에 동참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설교 후에는 진상 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공동기도가 이어졌다.
공동기도에 참여한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청년위원회 조혜진 씨는 "진실이 주의 공의와 자비 안에서 밝혀지게 하시고 권력이나 이익에 따라 수사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게 해달라"며 "용기 있는 사람들을 모아주셔서 불의와 억압의 구조에 수사의 길이 막히지 않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
이어 "죽음의 이유조차 명확히 알 수 없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평안으로 채워주시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과 추모의 그리스도인 예배'에서 성찬예식이 진행되고 있다. 장세인 기자이날 예배에서는 성찬예식이 진행됐으며, 참석자들은 희생자와 남은 이들을 기억하며 기도문을 적어 모았다. 교회개혁실천연대 평화합창단과 노무현시민센터 깨시민합창단이 특송으로 함께하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
한편 오는 29일 오전 10시 29분 서울 전역에서 추모 사이렌이 울리고, 광화문 북광장에서는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이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