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30일 경주에서 열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만 이슈가 무역 문제와 함께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홈페이지세계의 눈과 귀가 대한민국 경주로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도 오는 30일 이곳에서 대면한다.
미중 정상은 무역 문제에 대한 담판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드러난 쟁점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의 100% 보복 관세다.
하지만 대립의 본질은 미중의 패권 대결이다. 양국은 무역, 첨단기술, 필수광물, 국방 등 모든 것을 걸고 포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고율의 소위 상호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와 보복 관세로 맞대응했다.
한 달 뒤쯤, 미국 포드 익스플로러 SUV 생산 공장의 가동이 약 3주 동안 중단됐다. 희토류라는 중국의 '필살기'에 미국이 허를 찔린 것이다.
이어 F-35 스텔스 전투기와 패트리어트 미사일 공장도 점차 멈춰섰다. (10월 6일 자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 이른바 '중국발 디커플링의 역습'이다.
이에 미국은 항공기 및 발전기 부품의 수출 중단으로 맞섰다. 그러자 중국에서 항공기 수백 대가 뜨지 못했다. 8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내용이다.
이후 양국은 극단적 조치를 자제하며 타협을 이뤄내는 듯했다. 하지만 휴전은 길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은 경주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중국은 대만 문제는 내정이라며 '간섭하지 말라'고 미국에 요구해왔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중국은 지난 9일 희토류 통제를 한 단계 더 강화했다. 정제 및 제조 기술은 물론 자국산 희토류 함유 장비까지 무단 사용을 제한했다. '제 2차 희토류 공격'이다.
미국은 즉시 100% 추가 관세 발표로 보복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중국에 대해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사용 제한은 항공기나 발전기 부품의 수출 중단보다 위력이 더 셀 수 있다.
양국은 상대국 경제의 급소를 겨냥해 칼을 휘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 치고받기를 지속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1978년 중국의 개방 이후 약 50년에 걸쳐 형성된 상호의존적 공급망이 별안간 붕괴된다면 모두에게 파국적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경주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와 시진핑이 협상 시한을 다시 연기하더라도 절충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려면 타협이나 거래가 가능한 분야를 찾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주목을 받는 것이 대만 문제다.
미국은 지난 7월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방문을 이례적으로 허용하지 않았다.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방문은 1994년 리덩후이 (李登輝) 총통이 하와이를 거쳐 중미 수교국을 방문한 이래 관례처럼 이뤄져왔다. 사진은 지난 7월 15일 대만 방어를 위한 한광(漢光)훈련을 시찰 중인 라이칭더 대만 총통. 대만 총통부 홈페이지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출발 직전에, 이번 경주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과 대만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 언급은 경주 회담에서 "주요 의제 이외에는 논의할 의사가 없다"는 미국 고위 당국자의 발표를 불과 몇시간 만에 뒤집은 것이다.
앞서 미 고위 당국자는 주요 의제로 "무역,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만 언급했다. 대만 문제 논의는 감추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담하게 대만 이슈가 의제라고 공개했다. 트럼프식 직설 화법으로 보이지만, 중국의 '공개' 요구를 미국이 수용한 것일 수도 있다.
대만 문제가 위 3가지 의제와 함께 다뤄진다면 논의 방향은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그동안 미국외교협회(CFR)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 연구원을 비롯한 미국의 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대만을 포기할 지 모른다고 우려해왔다.
실제로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과 관련해 중국에 긍정적으로 호응해왔다. 대만을 적극 지원했던 1기 때와는 달라졌다.
지난 7월에는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 방문을 전격 불허했다. 미국만 믿고 있던 대만의 민진당 정부는 충격에 빠졌다.
집권 2기에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보고를 받는 모습. 백악관 홈페이지 최근에 트럼프는 "중국이 대만 침공을 원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의 회담에서 한 발언이다.
'중국의 침공 의지가 없다'는 말은, 미국이 대만에 대한 안보 공약의 이행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암시로 비춰질 수 있다.
이것은 시진핑에게도 좋은 소식이 된다. 민주주의 국가인 대만을 무력을 쓰지 않고 공산당 체제에 편입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경주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대만 독립 명시적 반대, 무기 지원 축소, 후견국 역할 포기 등을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한 마디로 '대만에서 손을 떼라'는 얘기다.
시 주석은 대만 통일이 중국인의 염원이며, 이른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필수적 과제라고 주장해왔다.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도 이루지 못한 대업이라는 점에서 시진핑은 무역 문제보다 이른바 대만 통일에 더 집착할 가능성이 높다.
1979년 1월 31일 백악관에서 열린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과 덩샤오핑 중국 국무원 부총리의 서명식. 1979년 1월 1일 미중 수교 발효 이후 처음 열린 이 행사에서 양국은 문화 교류와, 과학기술 협력을 위한 협정문에 서명했다. 미국은 중국과 수교를 하면서 동맹관계였던 대만과는 단교를 했다. 미국 국립문서보관소(National Archives) 미국이 태평양을 지키기 위해 '불침항모' 대만을 반드시 사수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미국의 대만에 대한 안보 공약은 그 정도로 확고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모호했고 사실상 대만을 포기한 적도 있다.
지난 1979년 1월 미국은 현재의 중국 공산당 정부와 수교를 했다. 동시에 대만과는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1954년에 체결됐던 미국-대만 상호방위조약도 이때 폐기됐다. 한때 3만 명에 달했던 대만 주둔 미군 병력도 모두 철수했다.
이후 미국은 대만에 '방어용 무기'만 지원하는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보다 압도적 군사력을 보유했을 때는 이 정도로도 대만 방어 의지와 능력이 의심받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은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군사행동을 막아내기가 점차 버거워지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필요할 때마다 대만 섬을 봉쇄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이 1955년 중국 본토와 대만섬 사이에 그어 놓은 중간선도 무의미해졌다. 2022년 8월 이후 중국 군용기와 군함은 거의 매일 이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다.
대만해협뿐 만이 아니다. 중국은 대만 남서쪽의 남중국해 곳곳에 콘크리트 인공 섬을 만들고 비행장과 미사일 기지를 구축해 놓았다.
미국, 일본, 호주 등이 공동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지중해보다 훨씬 넓은 남중국해는 점차 '중국의 내해'로 변해가고 있다.
이런 시점에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중요한 양보를 한다면 중국의 서태평양에 대한 장악력은 결정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4월 28일 대만을 방문해 라이칭더 총통과 만났다. 당시는 총리 선출 약 6개월 전으로 중의원 자격으로 방문한 것이다. 대만 총통부 홈페이지 미국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지난 24일자 사설에서, 오는 27일 트럼프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대만의 운명이 중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새 일본 총리는 "일본과 한국, 호주, 필리핀 등 민주주의 국가들이 '준안보동맹'을 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총리로 선출되기 약 6개월 전인 지난 4월 말 중의원 신분으로 대만을 방문해서 한 말이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총리가 주장했던 '아시아판 나토' 구상과 비슷하다.
미국이 빠지더라도 지역내 국가들끼리 뭉쳐 중국을 견제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이런 시점에 트럼프와 시진핑이 경주에서 만나 대만과 관련해 주고받을 한 마디 한 마디는 기존 동아시아의 안보 구도를 흔들 수 있다.
강성웅 국제정치 칼럼니스트
- 전 YTN베이징 특파원, 해설위원실장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