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을 항암치료 없이 이겨낸 의사가 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한의대에 재입학한 특이한 이력의 주인공, 김시효의원·한의원의 김시효 원장이다.
치매 전문 의사로 유명한 김 원장은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프로그램 '의사결정'에 출연해 자신의 암 투병 경험을 공유하며 양한방 융합 치료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잘나가던 전문의, 왜 한의대로 갔나
김시효의원한의원 김시효 원장 편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
김 원장이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아내의 권유로 가게 되었고, 한의학을 공부하다 보니 한약이 일리가 있고 재미있더라고요." 처음에는 한약의 효과를 확신하지 못했지만, 졸업 후 직접 처방하면서 드라마틱한 치료 효과를 목격하며 흥미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가 한의학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된 건 스스로 체감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한자리에 앉아 6년간 수많은 환자를 진료하다가 제가 병이 들었어요." 운동도 하지 않고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우던 생활. 뒤늦게 술과 담배도 모두 끊었지만 4년 뒤 위암 진단을 받으면서, 그는 건강과 치료에 대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항암치료 대신 면역력을 택했습니다"
김시효의원한의원 김시효 원장 편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수술은 당연히 받아야 했지만, 항암치료는 안 하는 쪽이 더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원장의 선택은 의료계에서도 논란이 될 수 있는 결정이었다. 위암 2기 또는 3기로 볼 수도 있는 상태였고, 수술 후 항암치료를 권유받았지만 그는 거부했다.
"암을 없앤다는 관점에서는 항암치료가 맞을 수 있지만, 내 몸이 받아들이고 그 부작용을 이길 수 있는지를 따져봤을 때 너무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그는 면역력을 올리고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다만 그는 자신의 선택이 일반화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일반적인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이 불안정하기 때문이죠. 수술은 반드시 받아야 하고, 치료는 저처럼 양방과 한방 지식이 있는 경우에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난치병은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
김시효의원한의원 김시효 원장 편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의학적 시각으로 볼 때 길이 보이지 않으면 한의학적 시각으로 한번 돌려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 원장은 불임 치료, 아토피, 자가면역질환, 치매, 암, 중풍 같은 난치병에서 한의학의 치료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퇴행성 질환의 경우 기둥 하나만 바꿔 끼거나 서까래 하나만 바꾼다고 헌집이 고쳐지지 않습니다." 이미 양약으로 부분 치료를 시도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면, 여기저기를 함께 치료하는 한약을 써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실제로 그가 한방 치료를 병행해 성공한 사례도 많다. "대장암이 간으로 전이돼 3개월 시한부 진단을 받은 한 말기암 환자는 저와 한방 치료를 병행해 2년 이상 생존하고 계십니다."
"요즘 시대에 한의학은 안 맞는다?" 오해와 진실
김시효의원한의원 김시효 원장 편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요즘 많은 사람들이 "한의학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김 원장은 과학적 용어에 익숙한 시대라 옛날 용어가 와닿지 않거나, 체질에 맞지 않는 한약을 처방받았거나, 명현 증상을 부작용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상체질에서 태양인에 속하는 경우 약물을 분해하는 효소(사이토크롬 P450)가 부족해 약물 대사가 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들은 한약뿐 아니라 양약도 소화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체질에 맞는 약을 골라 쓰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남극 가면 얼어 죽습니다" 중용의 건강법
김시효의원한의원 김시효 원장 편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마지막으로 김 원장은 인상적인 비유로 건강의 지혜를 전했다.
"옛날 시베리아에 석학이 살았습니다. 모두 얼어 죽게 생겼는데 석학이 '남쪽으로 가자'고 했어요. 남쪽으로 간 사람은 살아남았지만, 욕심이 많은 사람은 계속 가다가 적도를 지나 남극에 가서 다 얼어 죽었습니다."
"모든 진리가 이와 비슷합니다. 의학적으로 옳은 것도 너무 그것만 강조하다 보면 적도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오히려 틀릴 수 있습니다. 건강도 한 가지만 치우치지 말고 탄력 있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방과 한방을 모두 경험한 김 원장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어느 한쪽을 맹신하지 말고, 상황에 맞게 융합하며, 무엇보다 '중용'을 지키라는 것. 그의 암 투병기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깊은 통찰로 다가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