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데이터처 제공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새로 생겨난 기업의 증가폭이 7년 만에 가장 낮았다. 매출을 올리거나 노동자를 고용한 '활동기업' 중 신생기업의 비율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고, 사라진 '소멸기업' 수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가 23일 발표한 '2024년 기업생멸행정통계(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또는 상용근로자가 있는 '활동기업'은 764만 2천 개로 전년 대비 10만 3천 개(1.4%) 증가했다. 활동기업 수는 2015년 메르스 유행 시기 감소한 이후 줄곧 증가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다만 전년인 2023년에 활동이 없다가 지난해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신생기업'은 92만 2천 개로 3만 3천 개(-3.5%) 감소했다. 신생기업 증감폭은 2020년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감소 중으로, 2017년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활동기업 중 신생기업의 비율을 뜻하는 '신생률'은 12.1%로, 201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기록이다. 신생률은 4년 연속 감소 중으로, 직전 가장 낮은 기록도 전년의 12.7%여서 최저기록을 경신 중이다.
반면 전년부터 활동을 중단한 '소멸기업'은 79만 1천 개로 4만 개(5.3%) 증가해서, 활동기업 중 소멸기업 비율은 0.3%p 오른 10.5%였다. 이 역시 기존 최고 기록인 2014년 78만 2천 개를 넘어 역대 가장 많은 기업이 소멸됐따.
다만 활동기업 중 소멸기업의 비중인 소멸률은 10.5%로 2022년 10.2% 21년 10.3%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낮았다. 이에 대해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신생률도, 소멸률도 낮은 것은 시장의 역동성이 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며 "경쟁력이 약한 기업은 좀비기업으로 남고, 새로운 기업은 등장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비중을 살펴보면, 활동기업들은 부동산업(171만 9천 개), 도·소매업(163만 2천 개), 숙박·음식점업(91만 6천 개) 순으로 많았다.
신생기업들은 도·소매업(23만 개), 부동산업(16만 9천 개), 숙박·음식점업(14만 4천 개)에서 주로 많이 생겨났고, 소멸기업도 도·소매업(21만 개), 부동산업(15만 2천 개), 숙박·음식점업(13만 5천 개)에서 많이 사라졌다.
그 결과 업종별로 증감 추이를 보면, 활동기업들은 전년에 비해 제조업(-5천 개, -1.0%) 등에서 줄었으나, 전기·가스·증기(1만 7천 개, 13.4%), 도·소매업(1만 5천 개, 0.9%) 등에서는 늘었다.
일반적으로 신생률이 소멸률보다 높은데, 제조업의 신생률은 6.6%에 그쳐 소멸률(6.8%)보다 낮았다. 제조업의 신생률이 소멸률보다 낮은 일도 이번이 처음이다.
도소매업의 경우 비록 1만 5천 개 증가했지만, 전년의 증가폭(3만 9천개, 2.5%)에 비하면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이는 지난해 극심한 내수 침체의 영향으로 보인다.
숙박음식업은 코로나19 시절 사회적 거리두기로 크게 감소하다 코로나19가 종식된 2023년 반짝 상승했지만, 소비 둔화와 고물가 등으로 다시 소멸기업이 크게 늘면서 전체적으로 활동기업이 2천 개 줄었다.
신생기업들이 활발히 새롭게 생겨난 분야로는 교육서비스업(2천 개, 6.2%) 등에서 늘었으나, 부동산업(-1만 6천 개, -8.8%), 숙박·음식점업(-1만 4천 개, -9.0%) 등에서는 새로 생겨난 신생기업들이 크게 줄었다.
소멸기업의 경우 도·소매업(1만 7천 개, 8.8%), 운수·창고업(1만 2천 개, 26.6%) 등에서 소멸되는 폭이 커졌다. 운수·창고업의 경우 개인택시 폐업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해 활동기업 중 신생기업 비율은 정보통신업(17.5%), 교육서비스업(17.1%), 농림어업(17.0%)에서 높고, 제조업(6.1%), 보건·사회복지(6.2%), 수도·하수·폐기(7.3%)에서 낮았다. 소멸기업 비중이 큰 업종은 숙박·음식점업(14.7%), 예술·스포츠·여가(13.5%), 도·소매업(13.0%) 순이었고, 전기·가스·증기(2.8%), 보건·사회복지(3.2%), 수도·하수·폐기(5.2%)는 낮았다.
한편 2022년 신생기업이 1년 후까지 생존한 비율은 64.4%로 0.5%p 소폭 줄었다. 반면 2018년 신생기업이 5년 후까지 생존한 비율은 36.4%로 1.6%p 올랐다.
지난해 20% 이상 고성장 기업은 5403개로 전년 대비 298개 감소했고, 고성장기업 비율도 0.2%p 떨어진 2.1%에 그쳤다.
특히 4~5년 전에 사업자등록한 젊은 기업 중 20% 이상 고성장에 성공한 '가젤기업'의 경우 1356개로 전년 대비 44개(-3.1%)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