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서천호 국회의원. 서천호 의원실 제공극한호우에 농경지 침수 피해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은 한국농어촌공사의 관리 부실과 시설 결함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천호 의원(경남 사천·남해·하동)이 21일 농어촌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배수펌프장 중 절반에 가까운 152곳(49.5%)이 제방보다 낮게 설치된 '설계 결함 시설'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지난 2005년 태풍 '매미' 이후 배수펌프장은 제방보다 높은 위치에 설치하도록 기준이 변경됐는데도 농어촌공사는 20년이 지나도록 절반도 개선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제방이 범람하면 펌프장 자체가 침수돼 가동이 중단되고 배수 기능이 마비돼 피해를 키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펌프장 침수로 인한 피해액만 92억 8500만 원, 복구비는 174억 3600만 원에 이른다.
상황이 이런데도 농어촌공사는 이 문제의 전면 개선 목표를 '2036년까지'로 미루고 있다.
이밖에도 전국 1051개 배수장 중 22.9%인 241곳은 침수 시 즉시 가동이 멈추는 '횡축펌프'를 여전히 사용 중이며 특히 경남지역에만 92곳이 집중돼 있다. 횡축펌프는 전기모터가 외부에 노출된 구조로 침수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여러차례 지적됐지만 개선은 지지부진하다.
또 수리시설을 수동으로 관리하는 감시원 7321명의 평균연령은 66세로, 70세 이상이 31.9%에 이른다. 전국 13만여 개 수문을 대부분 고령 인력이 손으로 돌려 운영하는 구조로는 극한호우 상황에서 실시간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장의 일관된 호소다.
그럼에도 농어촌공사는 '만 70세 이하'만 채용하도록 규정한 자체 지침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고 자동화율은 22.7%에 불과한 반면 관련 예산은 2021년 346억 원에서 2025년 147억 원으로 60% 이상 삭감된 상황이다.
서천호 의원은 "농어촌공사가 스스로 만든 운영 지침조차 지키지 않고 설계 결함 펌프장 개선은 10년 이상 미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어떤 재난 대응 체계도 제기능을 할 수 없다"며 "농어촌공사는 현 상황을 기후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기술과 관리 실패로 인한 인재임을 인정하고 전면적인 구조 개선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