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 한국배구연맹훈련장에서 선수들에게 감독은 어쩌면 무서운 존재일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 데이에서만큼은 다르다. 여자배구 7개 구단 대표 선수들이 감독들을 향한 짓궂은 장난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16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개막 미디어 데이. 이날 진행된 이벤트 행사에서 선수들은 감독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동물을 직접 그려 선보였다.
IBK기업은행 육서영과 알리사 킨켈라(등록명 킨켈라)는 김호철 감독을 '이빨 빠진 호랑이'로 표현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육서영은 "감독님이 선수 시절에는 호랑이 이미지가 강했는데, 우리한테는 성격이 유해지셔서 그렸다"고 설명한 뒤 "감독님, 화 안 내시기로 약속해요"라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이영택 GS칼텍스 감독을 '기린'으로 그린 '주장' 유서연은 "감독님이 뛰어다니시는 모습이 기린 같다"며 웃었다. 레이나 도코쿠(등록명 레이나)는 "처음 뵀을 때 위를 봤는데, 엄청 크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정관장 정호영과 알리사 자네테(등록명 자네테)는 고릴라와 바나나 한 송이를 그렸고, 그림 옆에 '릴라고희진'이라는 글을 함께 남겼다. 자네테는 "고릴라는 힘이 세고, 팀을 보호하는 목표를 향해 이끄는 동물"이라며 고희진 감독과 닮았다고 주장했다.
흥국생명 이다현과 레베카 라셈(등록명 레베카)은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을 부엉이로 묘사했다. 레베카는 "감독님은 (부엉이처럼) 현명하고 강하다. 위에서 바라보며 큰 그림을 잘 그린다" 했고, 이다현은 "감독님이 항상 '머리를 쓰라'고 하셔서 머리가 지끈지끈하다"고 했다.
이에 감독이 비시즌 동안 가장 자주 했던 잔소리가 무엇이냐는 공통 질문이 나왔고, 감독들의 얼굴은 또 붉어졌다.
정관장 정호영은 고희진 감독의 말투를 따라 하며 "생각하고 때린 거 맞아? 의미 있는 공격 맞아?"라고 했고, 현대건설 김다인 역시 강성형 감독과 똑같은 말투로 "정성껏"이라며 짧고 굵은 한마디를 남겼다. 페퍼저축은행 고예림도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몇 번째 말하냐"라며 장소연 감독을 성대모사 했다.
여자부 개막 미디어 데이. 한국배구연맹
앞서 진행된 사령탑 질의응답 시간에도 감독들은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았다. '나는 꼰대인가'라는 짓궂은 질문에 '예'와 '아니오'로 답하는 시간이었다.
1955년생으로 V-리그 최고령 사령탑인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아니오'를 선택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는 "나는 꼰대라는 단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다. '할아버지'인 나는 꼰대 그 이상"이라며 반전 있는 답변으로 폭소를 자아냈다.
이영택 GS칼텍스 감독과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예'를 선택했다. 이 감독은 "유서연에게 물어봤는데,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선수들과 대화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꼰대 같을 때가 있다. 말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고, 김 감독은 "나는 선수들이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고 시키는 게 많다. 그래서 선수들이 나를 싫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웃음기 가득했던 미디어 데이를 뒤로하고 V-리그는 오는 18일부터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다.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리는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6개월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