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3중 규제로 서울 부동산 시장을 묶어버린 10.15 부동산 대책이 나오자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이 실수요자들의 지나친 부담증가를 강하게 우려했다. 특히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 등 젊은 세대들 가운데 일부는 정부 대책이 높여놓은 대출문턱이 서울에서 자기집 마련의 꿈을 사실상 접게 만들고 있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높이고 높인 대출 규제 속 젊은 세대 서울 집마련 사실상 불가능
정부는 10.15 대책에서 6.27 대책 때 6억 원으로 묶인 수도권과 규제 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주택 가격 수준에 따라 더욱 조였다. 25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대출 한도가 2억 원으로 조정됐다. 15억 원을 초과하고 25억 원 이하인 주택은 4억 원, 15억 원 이하는 현행 6억 원을 유지하도록 했다. 특히 수도권·규제지역에서는 전세대출 이자도 DSR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수도권과 규제 지역 내 주담대에 한해 스트레스 금리를 1.5%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KB부동산 데이터허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KB국민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구입한 서울 아파트값 중위 가격이 9억7000만원 이었다. 이 아파트를 구입한 가구들의 연소득 가운데 중위값은 9173만원이었다. 서울 내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10.5배로 나타났다. 10년 6개월 동안 소득을 모두 모야야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소리다.
모든 지표들은 대출 없이 서울에서 주택을 사기란 쉽지 않다는 쪽을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지난 6.27 대책이후 가뜩이나 좁아진 대출문턱이 10.15에서 더욱 쪼그라들자 서울에 삶의 터전을 가진 젊은 세대들은 자기집 마련의 꿈을 거의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며 오는 12월 결혼을 앞둔 A씨는 "둘이 맞벌이로 악착같이 모은다 해도 최근 치솟는 물가에 어느 세월에 주택구입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더구나 전세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에서 월세거주까지 염두에 둔다면 시간은 더 걸릴 것이다"며 "부모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서울 거주 젊은 세대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갭투자 막겠다며 전세자금도 규제, 월세살이 내몰리며 주거비용만↑
연합뉴스젊은 세대들이 더욱 답답해 하는 것은 빚없이 집을 사기 위해 하루빨리 주택자금을 모아야 하는데 전세대출마저 막히면서 다달이 부담되는 월세살이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10.15 부동산 대책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던 전세대출도 '1주택자(소유주택의 지역 무관)'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임차인으로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 전세대출 이자상환분을 DSR에 반영토록 했다. 결국 임차인이나 임대인이나 전세를 이유로 빌릴 수 있는 돈이 대폭 줄어들면서 전세자금 마련의 부담감이 매우 커진 것이다.
전세 매물 자체가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전세금이 올라가면서 젊은 세대들은 할수 없이 주거형태를 월세로 전환해야하는 형국이다.
최근 전세물량이 줄고 월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월세 또한 상승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상대적으로 수입 자체가 빈약한데 다달이 주거비용이 오르면 주택자금 마련 자체가 쉽지 않게 된다.
서울 아파트 가격 문제 세대 갈등으로 번질 조짐까지
이러다 보니 수도권 집값 문제가 최근 격화되고 있는 세대갈등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10.15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수억, 수십억 원 빚내서 집을 사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서울 송파구 잠실에 35억원에 이르는 재건축 장미 아파트(45평형)를 보유하면서, 2016년부터 전세로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 아파트(전세권 11억원)에서 거주하고 있다.
10.15 부동산 대책의 강력한 효과를 인정하는
부동산 전문가들마저도 신혼부부들이나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대출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DSR(스트레스 금리 인상 포함) 및 LTV 강화로 실수요자의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는 반면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생애최초, 신혼부부, 자녀양육가구 등 실수요층에 한해 DSR·LTV 완화 적용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