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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이혼' 최태원·노소영 재판 '또 뒤집혔다'…선고 뭐가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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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2심·대법원 판결 모두 달라
대법 "노태우 비자금 불법, 재산 분할 논의 대상 아냐"…민법 746조 적용
친인척 등에 증여한 927억 원도 분할 대상 포함 여부·판단 이유 차이
역대 최대 위자료 20억 원은 인정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천문학적인 재산분할 액수로 관심을 끌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사건에 대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또 뒤집혔다.

대법원의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 사건에 대한 판단의 핵심은 이른바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불법성 판단으로, 비자금은 불법인 만큼 애초에 재산분할을 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대법 "노태우 비자금은 불법원인급여"…재산분할 '파기환송'…위자료 인정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전날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 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위자료 20억 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 기각했다.
 
2심 재판부가 노 관장의 부친 노태우 전 대통령이 과거 사돈가에 건넨 비자금이 SK그룹 성장에 밑바탕이 됐고 이를 토대로 최 회장이 재산을 불린 만큼 노 관장에게 총 자산 약 4조 원의 35%에 해당하는 1조3808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단이 잘못됐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재산분할 청구 중 노 전 대통령의 금전 지원을 통한 기여에 대해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의 부친 노태우가 1991년경 원고의 부친 최종현에게 300억 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하였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노태우가 뇌물의 일부로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이에 관하여 함구함으로써 이에 관한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반윤리·반도덕성이 현저하여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혼 재산분할 청구에서도 불법원인급여의 반환청구를 배제한 민법 제746조의 입법 취지가 고려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이 SK가 성장하는데 부친인 노 전 대통령의 지원이 있었다는 근거로 내세웠던 '약속어음'과 메모를 증거로 받아들였다. 해당 어음과 메모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것으로 항소심 재판에서 새롭게 제출됐다.
 
당시 노 관장 측은 300억 원의 자금이 최 회장의 부친인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 넘어갔고 장당 50억짜리 6장, 총 300억 원 약속어음과 메모가 이를 증빙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은 SK 성장 과정에 선대 회장이나 계열사의 자금이 활용됐다고 반박했다. 최 회장 측은 또 1995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조사 때 이 300억 원은 등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 회장 측은 2심에서도 대법원이 인정한 불법원인급여 주장를 펼친 바 있지만 법원은 "1991년 당시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시행되기 전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상고 이후 최 회장 측은 대법원에 기업 경영 과정에서 '사돈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거나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을 시장 가격보다 비싸게 샀다는 선대 최종현 회장의 음성 녹음파일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자금은 불법급여원인이라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은 내려지지 않았다.
 

한국고등교육재단·친인척 등에 증여한 927억…분할대상 여부 판단도 갈려

16일 서울 종로구 SK 사옥 모습. 2025.10.16 seephoto@yna.co.kr 연합뉴스16일 서울 종로구 SK 사옥 모습. 2025.10.16 seephoto@yna.co.kr 연합뉴스대법원은 최 회장이 처분해 보유하고 있지 않던 재산을 사실심 변론종결일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한 2심의 판단도 잘못됐다고 봤다. 해당 재산은 최 회장이 한국고등교육재단과 친인척 등에 증여한 SK와 SK C&C 주식, 동생에 대한 증여와 SK그룹 급여 반납 등으로 처분한 927억 원이다.
 
혼인관계 파탄 후 어느 한쪽이 공동생활이나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 없이 재산을 처분했다면 이를 2심 변론종결일에도 그대로 보유한 것으로 보고 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처분이 공동생활이나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됐고 2심 변론종결 때 존재하지 않는다면 분할 대상으로 넣을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원고의 각 재산 처분은 원심이 인정한 혼인관계 파탄일인 2019년 12월 4일 이전에 이뤄졌다"며 "원고가 SK그룹 경영자로서 안정적인 기업 경영권 내지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혹은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행한 것으로, 원고 명의 SK 주식회사 주식을 비롯한 부부공동재산의 유지 또는 가치 증가를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부부공동생활이나 부부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됐다면 사실심 변론종결일에 존재하지 않는 재산은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법리를 처음으로 설시했다.
 
이는 2심 재판부가 "부부 공동생활과 무관하게 임의로 처분한 재산"이라며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킨 것과 대조된다.
 
재판 분할과 관련한 1심 재판부 판단은 대법원이나 2심 재판부 판단과 모두 차이가 있었다. 가장 큰 차이는 최 회장의 SK 주식은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고유 재산으로 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특유재산'이라는 최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SK 주식은 부친에게 상속받은 특유재산으로, 주식의 형성과 가치 상승 등에 노 관장이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재산분할 대상에서는 제외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SK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다시 서울고법으로, 공동재산·분할 비율 모두 재산정…재판 장기화 가능성도

[연합뉴스TV 캡처] 연합뉴스[연합뉴스TV 캡처] 연합뉴스사건을 다시 재판할 서울고법은 대법원 판단을 반영해 비자금 부분을 제외하고, 최 회장 재산에서 노 관장 기여분을 새로 산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 원심에서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분할 비율을 정한 것도 잘못이라고 대법원이 지적한 만큼 비율 역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이 함께 형성했다고 판단되는 공동재산 규모와 재산분할 비율 모두 재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적으로 노 관장에게 가는 재산 규모는 2심 재판부 판단에 비해선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노 관장 측에서 더 많은 재산분할을 인정받기 위해 또 다른 법리를 제시할 수 있는 만큼 재판은 장기화될 수 있다.
 
한편 지난 2015년 최 회장은 언론을 통해 "노 관장과 10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면서 혼외 자녀의 존재를 알렸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9월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뒀는데, 파경을 맞은 것이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협의 이혼을 위한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2018년 2월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정식 소송을 제기했다.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며 맞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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