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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이별은 사랑의 완성…인생의 본질은 패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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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출연…"시의 원천은 어머니"
올해 등단 53년, 1200여편 시…"저의 시가 위로가 되길"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유튜브 채널 갈무리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이별은 사랑의 끝이 아니라 완성입니다. 이별이 없으면 사랑도 존재하지 않죠."

시인 정호승이 53년 시 인생의 성찰을 담은 신작 시집 '편의점에서 잠깐'(창비)을 펴내고 독자들을 다시 만났다. 정 시인은 1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사랑과 이별, 패배와 삶, 그리고 시에 대한 깊은 생각을 전했다.

정 시인은 "편의점은 오늘날 누구나 공유하는 공간이자 계산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며 "예전에 사랑했던 남녀가 편의점 계산대 앞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그들이 어떤 계산을 할까 하는 상상에서 시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의 사랑은 이익과 손해를 따지는 계산적 사랑이지만, 이별 후에도 그 사랑은 결코 무가치하지 않다. 사랑은 이별로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집에는 '패배에 대하여', '순댓국을 먹으며' 등 삶의 굴곡과 낮은 자들을 향한 시선이 담겼다. 정 시인은 방송에서 직접 '패배에 대하여'를 낭독하며 "나는 패배가 고맙다. 패배했기에 살아남았고, 패배했기에 사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창비 제공창비 제공
시집 첫머리에 수록된 '패배에 대하여'는 그가 오랜 세월의 굴절 끝에 얻은 깨달음을 함축한다.

정 시인은 "성공하고 현명하고 소유하려 애쓰며 살아왔지만, 돌아보니 그건 어리석은 일이었다"며 "70대 중반이 된 지금은 어리석음과 상실, 패배 속에서 오히려 평화와 진실을 느낀다"고 말했다.

'순댓국을 먹으며'에 담긴 따뜻한 감정도 직접 들려줬다.

"순댓국을 먹으면 과거를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 순댓국은 서로 겸손하다." 

정 시인은 "비 오는 날 순댓국집에 앉아 있으면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다 평화로워 보인다"며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그 과거를 받아들이며 현재를 평화롭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급한 음식 앞에서는 자신을 꾸미려는 압박이 있지만, 순댓국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고 편안해진다"며 "시도 그런 따뜻한 평온함을 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정 시인은 시의 원천으로 '슬픔'과 '어머니'를 꼽았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시는 슬플 때 써야 한다'고 하셨다. 그 말이 제 인생을 바꿨다. 시는 기쁨이 아니라 인간의 비극과 슬픔 속에서 태어난다"고 말했다.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유튜브 채널 갈무리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유튜브 채널 갈무리
AI 시대의 시인으로서 현실적인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요즘 AI가 제 이름으로 시를 만들어 유통시키는 경우가 많다. 하루에도 5편 정도 허위 시가 생성된다. AI는 책임을 회피하지만 결국 게시자의 책임"이라며 "독자들이 시를 사랑한다면 반드시 시집의 원문으로 읽어야 한다. 그것이 시를 향한 올바른 태도"라고 당부했다.

정호승 시인은 올해 등단 53년을 맞았다. 그는 "그동안 1200편 넘는 시를 썼지만, 어느 순간 시를 너무 많이 쓴 게 아닌가 하는 자성이 찾아왔다"며 "한때 시가 내게서 떠난 듯했지만, 결국 다시 샘이 솟듯 메모 속에서 시가 되살아났다"고 고백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시인은 현재 속에 살아야 한다"며 "패배하고, 슬퍼하고, 때로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시가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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