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성이 14일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성공시킨 후 손흥민과 포옹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홍명보호가 브라질전에서 노출한 스리백 전술의 문제점을 일부 극복한 모습을 보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에서 전반 14분 엄지성(스완지시티)의 선제 결승 골과 후반 29분 오현규(헹크)의 추가 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0-5로 완패한 지난 10일 브라질전에서 스리백의 수비 불안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 또 유효슈팅 1개에 그칠 정도로 극심한 빈공에 시달려 혹평을 받았다.
이날 파라과이전에서는 스리백 전술의 단점을 일부 파악했고, 해법도 어느 정도 찾아냈다.
홍 감독은 선발 명단에 파격적인 변화를 줬다. 브라질전과 비교해 무려 8명의 선수가 바뀌었다. 손흥민(LAFC)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페예노르트) 3명만 그대로 선발 출전했다.
특히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중심으로 구성했던 스리백 수비에도 변화를 줬다. 이날은 김민재가 왼쪽으로 이동하고, 박진섭(전북현대)과 이한범(미트윌란)이 각각 중앙과 오른쪽에 자리했다.
엄지성이 14일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성공시킨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한국은 전반 14분 엄지성의 선제골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엄지성은 이명재(대전하나시티즌)의 크로스에서 나온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이후 공격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특히 최전방에 배치한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공격이 답답하면 손흥민은 2선까지 내려오는 상황이 많았고, 이때 상대 페널티 아크에는 선수가 부족해 결정적인 기회를 여러 차례 놓쳤다.
수비에서도 치명적인 실수가 나왔다. 전반 42분 이한범의 백 패스를 가로챈 상대 선수가 문전으로 쇄도한 뒤 슈팅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골키퍼 김승규(FC도쿄)의 눈부신 선방이 팀을 구했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손흥민을 빼고 오현규(헹크)를 투입하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동시에 이동경(김천상무)과 이한범도 각각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조유민(샤르자)과 교체됐다.
한국은 후반 들어 더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 특히 오현규를 앞세운 역습 전술이 파라과이의 수비를 흔드는 데 주요했다.
오현규가 14일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경기에서 추가점을 넣은 후 이강인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그 결과, 후반 29분 오현규의 추가 골이 터졌다. 역습 상황에서 이강인의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받은 오현규는 상대 골키퍼를 제치고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오현규의 활약은 스리백 전술에서 지적받은 빈공에 대한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측면에서 위협적인 손흥민의 장점도 더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스리백은 수비에 치중한 전술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현대 축구에서는 오히려 공격적인 전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홍명보호의 스리백은 단순히 숫자만 늘려 수비를 보강하고, 공격은 숫자가 줄어든 만큼 위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수비가 강점인 파라과이를 상대로 2골을 몰아친 건 고무적이다. 파라과이는 북중미 월드컵 남미 예선 18경기에서 단 10골만 내주며 최소 실점 2위에 오른 바 있다.
스리백 전술에 대한 의문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이날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한다면 스리백은 홍명보호의 진정한 '플랜A'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