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년 전 안산의 한 가정집에서 부부에게 흉기를 휘둘러 남편을 살해하고 아내를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대다수의 증거에 대해 채택을 거부했다.
14일 전주지법 제1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45)씨의 강도살인 사건 2차 공판에서 변호인은 "검정 테이프 등 증거 채택을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01년 9월 8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한 연립주택에 가스배관을 타고 침입해 집 안에 있던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B씨의 부인에게도 상해를 입힌 뒤 현금 100만 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었지만, 경찰은 대검찰청·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구축한 'DNA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지난 2020년 특수강간 혐의로 전주교도소에 복역중인 A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사건 당시에는 유전자 분석 기술이 미흡해 범인을 잡지 못했으나, 이후 과학수사의 발달로 20년 가까이 미제로 남아있던 사건의 실마리가 풀린 것이다.
DNA증거 중 검정 테이프에서 A씨의 유전자가 검출됨에 따라 A씨 측은 해당 증거 등 대다수의 수사 기관 증거에 대해 "부동의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 변호인은 "증거 채택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건 피고인의 권리다"라며 "경찰이 사건 당시 현장에 없던 테이프를 새로운 증거물로 끼워 넣은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변호인의 잇따른 증거 부동의에 "수사기관의 과학수사 결과를 부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테이프가 발견된 경위를 의심하는 건지 취지를 명확하게 밝혀달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증거 동의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자 다음 기일에 증거 채택 여부를 정하겠다고 정리했다.
한편, 이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았으나 지난 2015년 7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강도살인죄의 공소시효가 없어지면서 2020년부터 수사가 재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