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달 15일 경기 의정부시 신한대학교 의정부캠퍼스에서 열린 대학생과의 강연에 나선 모습. 경기도 제공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8개월여 남았지만 정치권의 열기는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장이자 잠재적 대권 가도의 발판이 되는 '경기도지사'의 경우 거물급 정치인들이 다수 거론되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민주 '노컷 경선' 확실시…김동연, 당내 좁은 입지 '한계'
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내에서는 재선을 노리는 김동연 지사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추미애 의원(6선)을 비롯해 이언주(3선)·김병주(재선)·한준호(재선) 의원 등 3명의 최고위원과 3선 수원시장 출신인 염태영 의원(초선)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국민의힘에선 추 의원을 겨냥한 나경원 의원(5선)을 비롯해 유승민 전 의원(4선)과 김은혜(재선)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다.
하지만 통상 대선 이듬해 열리는 지방선거는 여권에 유리한 구도로 치러지고, 앞선 세 차례 선거(2022 대선‧지선, 2024 총선)에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지사 선거는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민주당 내에서 '본선 같은 경선'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지사 후보군들의 관심은 경선 규칙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권리당원 투표 50%, 여론조사 50%'의 규칙을 적용했다. 내년 지방선거의 경선 규칙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난 지방선거와 큰 틀에서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변화는 정청래 대표가 공언해 온 이른바 '노컷 경선'이다. 현격한 결격사유가 없다면 누구나 경선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것.
역대 지방선거에서 현역 광역자치단체장 대신 다른 후보를 공천한 사례는 없다. 뿐만 아니라 경선 없이 단수 공천됐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른바 '노컷 경선'이 예고되면서, 단독 후보가 아닌 이상 '경선'이 불가피해졌다. 보통 당내 경선은 현역이 유리하지만, 김 지사의 정치적 여건은 녹록지 않다.
지난 지선 당시 민주당은 대선 패배 직후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당심(黨心)은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집중됐고, 김동연 후보는 결선 없이도 경기지사 후보가 됐다.
내년 지선은 정반대다. '당심이 곧 당선'이라는 구도가 유지된다면, 아무리 현역이라도 당심이 김 지사를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지난 대선 경선에서 김 지사는 득표율 6.87%를 얻어 당내 지지기반의 취약하다는 걸 드러냈다. 현역인 김 지사가 경선 통과를 자신할 없는 이유다.
경기도를 지역구로 둔 한 민주당 의원은 "경기지역 국회의원 60명 중 김 지사를 지지하는 의원이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다"며 "여론 조사에서 앞선 김 지사가 경선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돌격대' 추미애 대 '조력자' 김동연 대결 구도…당심 대 민심?
민주당 내에서는 추 의원의 경기지사 출마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는 만큼, 결국 김 지사와 추 의원의 양자 대결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2일 더팩트 경기본부가 조원씨앤아이·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한 경기지사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도 김 지사가 20.9%로 가장 높았고, 이어 추미애 국회의원 13.0%, 한준호 7.7%, 김병주 3.6%, 이언주 2.3%, 염태영 국회의원 1.4% 등의 순이었다.
추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각을 세우며 연일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선명성을 부각하고 있다.
민주당내 한 인사는 "2018년 지방선거 때 친문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임선대위원장이었던 추 의원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경기지사 후보에 포함시켰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며 이 대통령의 지지가 추 의원을 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김 지사는 도내 31개 시·군을 돌며 유권자를 만나며 대화하는 '민생경제 현장투어'를 통해 '표밭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도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고,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며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달달버스'를 타고 매주 지역을 돌고 있다. 달달버스는 '달려간 곳마다 달라진다'는 김 지사의 의지를 표현한 이름이다.
추 의원은 당심에, 김 지사는 민심에 집중하는 모습인데 역할적으로도 두 정치인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추 의원은 내란사태 정리를 위한 해결사 또는 돌격대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추 의원은 지난 8월 법사위원장에 선출되면서 "언론·검찰·사법 개혁 완수는 국민의 명령"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는 검찰청 폐쇄, 조희대 대법관 인사청문회 등 내란사태 정리 작업 선두에 서 있다. 최근에는 오히려 대통령실보다 너무 앞서간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반면 김 지사는 "이재명 정권의 제1국정 파트너"를 구호로 내걸고 민생경제 회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내란사태 해결에 직접적인 역할을 맡을 수는 없지만 이재명 정권의 민생정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며 수십년 경제관료의 경력을 바탕으로 조언하겠다는 의도다.
지난달 10일 열린 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는 김 지사가 추진한 정책사업 85개를 전국으로 확산하자는 의견을 제시해 긍정적은 답변을 얻은 것을 비롯해 주 4.5일제 도입, 기후보험 등은 정청래 대표의 '적극 검토' 대답을 얻어냈다.
또 지난달 22일에는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추진한 '극저신용대출'의 연체율이 75%에 이르고, 39%는 연락두절 상태라는 보도가 나오자 "명백한 오보"라며 이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며 나아가 '극저신용대출 2.0'을 시행에 앞장섰다.
이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태로 불편을 겪은 국민들을 위해 '민원서류 발급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하자'는 김 지사의 제안을 이 대통령이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1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 앞서 김동연 경기지사와 민주당 지도부가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왼쪽부터 이언주·김병주 최고위원, 김동연 경기지사 ·정청래 대표·한정애 정책위의장·한준호 최고위원. 김동연 경기지사 페이스북 캡처金·秋 후보 적합도는 '비등'…비호감도·중도 확장력은?
행보가 다르니 지지 세력도 다르다. 중부일보가 여론조사기관 데일리리서치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경기도민 80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8~29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누가 가장 적합한가'라는 물음에 김 지사는 21.7%, 추 의원은 20.6%를 얻었다. 이어 김병주 의원 9.5%, 염태영 의원 4.6%, 박광온 전 민주당 원내대표 4.0%, 김영진 의원 2.7%, 박정 의원 1.7% 순이었다. 부동층은 31.7%였다.
지지세만 놓고 보면 김 지사와 추 의원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지만 지지세력의 특징을 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연령별로 보면 김 지사는 18~29세(20.7%)·60대(29.4%)·70세 이상(22.1%)에서 높은 지지를 얻은 반면 추 의원은 30대(19.6%)·40대(28.9%)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지지를 받았다.
야당인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김 지사를 지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7.3%였지만 추 의원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5.9%에 불과했다. 추 의원이 30~40대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다른 정당 지지자들의 비호감도는 김 지사보다 더 높다는 의미다.
추 의원이 경선에서는 김 지사보다 유리하지만 공천을 받고 본선에 나선다면 오히려 이같은 지지세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반대로 김 지사는 중도 확장력은 있지만 당내에서 적극 지지층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관련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위원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내년 지선 '야당 지지' 44%·'여당 지지' 39%…돌아서는 중도층
이같은 상황에서 당내 역학 구도나 선거 구도상 추 의원이 유리하다고 말하기에 주저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한국갤럽이 세계일보 의뢰로 지난달 29~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지방선거의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와 관련해 '여당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전체의 44%에 불과했다. '야당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9%로 오차범위 내였다.
지역별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긴 곳은 호남(66%)과 강원(50%)이 전부다. 수도권 가운데 특히 서울에서 '여당후보' 지지는 42%, '야당후보' 지지는 43%로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내란사태 이후 중도층들이 야당보다는 여당을 더 강하게 지지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해당 조사 결과는 지난 6월 이재명 정권이 들어선 걸 감안하면 여당을 향한 중도층의 민심이 지난 대선 때보다 돌아서고 있다는 의미다. 지역적으로는 중도층이 많은 서울 민심부터 현 정권에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완 정치평론가는 "지금은 각 후보군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치적을 쌓고 당내 경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해야 한다는 필요로 인해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지만 이 기조로만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올해 말 내란특검이 끝난 뒤에는 지금과는 다른 국면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결국 내년 경기지사 선거는 김동연 후보냐 아니면 다른 후보냐에 따라 파열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그 파열음을 중도층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선거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며 "주요 후보들이 이런 변수를 어떻게 뛰어넘느냐가 당락을 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원씨앤아이·글로벌리서치 조사: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8.7%
※데일리리서치 조사: 무선ARS전화조사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5%, 응답률 5.3%
※한국갤럽 조사: 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9.9%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확인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