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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노동신문 안 실린 '김정은 행보' 최근에만 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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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존엄' 김정은 행보, 대내 매체서 생략 왜

지난해·올해 7건, 그 중 6건은 군사 행보
달러 98%·쌀값 152% 등 환율·물가 대폭 상승
전문가 "군사 업적만 강조하는 것이 부담"
윤후덕 "대내적으론 민생, 대외적으론 북미대화 의식"

2024년 9월 18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5톤급 초대형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 시험발사를 참관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에는 이 소식이 보도됐지만 노동신문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연합뉴스2024년 9월 18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5톤급 초대형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 시험발사를 참관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에는 이 소식이 보도됐지만 노동신문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연합뉴스
북한이 대외 매체에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개 행보 중 이례적으로 주민들이 보는 대내 매체에 공개하지 않은 사례가 최근에만 6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은 군사 관련 행보였는데, 최근 북한의 환율과 물가가 급등한 점을 감안할 때 내부 여론 악화를 의식한 조처가 아니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고존엄' 김정은 보도하지 않은 노동신문…대부분은 군사 관련

6일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실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2년 김 위원장 집권 이후 그의 공개 행보가 조선중앙통신에는 실렸지만 노동신문에 실리지 않은 사례는 모두 9건이었다.

북한에선 조선중앙통신이 국영 통신사 역할을 하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은 이를 볼 수 없고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과 국영 TV 채널인 조선중앙TV만을 볼 수 있다. 북한 체제 특성상 이들 매체 모두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를 큰 비중으로 다룬다.
 
노동신문에서 보도가 생략된 9건 가운데 2건은 2012년과 2019년이었다. 나머지는 지난해 9월, 최근인 지난 8~9월에 특히 집중됐다.

대부분은 군사 관련 행보였다. 지난 8월 24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신형 지대공미사일 전투 능력 검증을 위한 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보도했지만, 노동신문에선 다뤄지지 않았다.

9월 2일엔 전날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앞두고 미사일 생산기지를 방문해 미사일 생산 능력 실태를 료해(파악)했다는 소식이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됐다. 다음 날에도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탄소섬유 복합재료 전문가들을 만나 연구 성과를 보고받고, 신형 대출력 고체연료발동기(로켓엔진)를 활용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두 소식 모두 노동신문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 12일 저격수 부대들의 사격경기를 참관한 모습. 조선중앙통신에는 이 소식이 보도됐지만 노동신문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연합뉴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 12일 저격수 부대들의 사격경기를 참관한 모습. 조선중앙통신에는 이 소식이 보도됐지만 노동신문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연합뉴스
9월 13일엔 3개의 보도가 노동신문에서 생략됐다. 김 위원장은 11일에 국방과학원 장갑무기연구소와 전자무기연구소를 방문, 전차에 장착되는 신형 미사일 방어 능동방어체계 시험 등을 둘러봤다. 12일엔 평양지구 훈련기지를 찾아 저격수 부대들의 사격경기를 참관하고, 평안남도 룡강군을 찾아 병원건설사업을 현지지도했다. 노동신문은 3개 소식 모두 다루지 않았다.

취재 결과, 이처럼 노동신문에 생략된 6개의 소식은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조선중앙TV에서도 다뤄지지 않았다.

통일부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에 대해 "대외 메시지 성격, 내부 공개 신중 등이 거론되지만 일률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점도 있어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하겠다"고 설명했다.

환율, 쌀·기름값 급상승…"군사적 업적만 강조하는 게 부담", "대외 메시지 차원"

북한 당국이 이렇게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는 '경제 문제'가 꼽힌다.

윤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북한의 달러 환율은 2025년 8월 기준으로 3만 66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시기(2024년 8월) 대비 98% 상승했다.
 
비슷한 시기 생활 물가도 대폭 상승했다. 쌀 가격은 1만 5250원으로 152%, 옥수수 가격은 3900원으로 23%, 휘발유 가격은 3만원으로 55%, 디젤유 가격은 2만 7천원으로 53% 올랐다.
 
통일부는 "2023년 말 이후 북한의 물가와 환율이 급상승했는데, 대북제재 이후 교역적자가 증가하고 지방발전 20X10 정책과 대규모 건설 사업에 따른 중간재 수입 증가 등을 그 배경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우리와 미국 등을 향한 대외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목적과 함께, 물가 상승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김 위원장의 군사 분야 공개 행보를 대내매체에 다루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화여대 북한학과 박원곤 교수는 "내년 9차 노동당 대회 전에 경제와 국방 발전 5개년 계획을 완성해야 하는데, 국방 쪽으로는 충분한 업적을 보였지만 인민경제는 그만큼의 업적을 보이지 못했다"며 "군사적 업적만을 계속 강조하는 것이 정권 차원에서 부담이 돼서 북한 주민들에게는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후덕 의원은 "최근 노동신문 보도에서는 군사 부문 행보보다 민생을 앞세운 보도가 두드러졌다"며 "최근 북한의 환율과 물가가 급등하면서 대내적으로는 민생에 집중하고, 대외적으로는 북미대화 재개를 의식해 군사력을 과시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정케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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