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2.3 내란과 지난한 대통령 탄핵 과정, 조기 대선까지 대한민국은 지난 1년 사회적으로 격변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부 극우 개신교계가 내란을 옹호하는 집회를 주도하면서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크게 추락했는데요.
하지만 올해 각 교단들은 총회에서 교권 다툼과 제식구 감싸기에 몰두할 뿐 사과나 반성, 치유의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최창민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국내 최대 교세를 갖춘 예장합동 총회는 이번 총회에서 문을 걸어 잠근 채 꼬박 하루를 총회 임원 선거로 허비했습니다.
12.3 내란을 옹호하며 개신교계에 극우 이미지를 덧씌운 사랑제일교회 목사 전광훈 씨와 관련한 치리 요청 안건은 만장일치로 기각됐습니다.
장로교 장자교단을 자처하는 예장통합 총회도 대 사회적 입장문이나 총회장 메시지 등 반성이나 치유의 목소리는 없었습니다.
신성모독 발언과 극우적 선동에 앞장선 전광훈 씨에 대해 이단성 조사를 결의했지만, 이미 4년 전 같은 조사에서 '집회 참여 자제'를 권고하고 또 다시 연구의 시간을 갖는 것에 대해 냉소적 시선을 보내는 이가 많습니다.
신사참배를 거부했던 역사를 지닌 예장 고신총회는 정기총회 기간 중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의 구속적부심 기각 소식이 전해지자 긴급 입장문까지 내며 손 목사를 옹호했습니다.
교육감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불법적으로 도운 혐의를 받은 손 목사의 구속이 다른 목사에 대한 선례가 될 것을 우려한다는 주장도 담겼는데, 사회 상식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교단 내부에서조차 당장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 김승무 간사 / 고신을 사랑하는 성도들의 모임]
"예배에서 설교 시간에 그런 설교하는 것 자체가 상식을 넘어서서 이거는 근본적인 신앙의 문제라고 봐요, 사실은. 즉 복음 위에 정치가 있는 거잖아요. 그 복음이 없는 거예요. 총회에서 그런 것을 지도하고 뭔가 권면하고 징계하는 것들을 좀 제대로 총회 역할을 할 수 있도록…."이번 총회 기간 대 사회 메시지를 낸 교단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가 유일합니다.
그러나 기장 총회마저도 12.3 내란과 관련한 메시지는 한줄에 그쳤고 이마저도 논의 과정에서 12.3 불법 계엄으로 후퇴했습니다.
[12.3 내란 표현 삭제 요구]
"내란하고 12.3 계엄하고 종교하고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정치적인 이런 문제를 가지고 찬성도 있고 반대도 있고 이러니까 수정해주시기를 부탁 좀 드립니다."[12.3 내란 표현 반영 요구]
"내란 위기 극복에 대한 내용은 사실 어떤 이해다툼의 문제보다는 시민사회에서 종교 윤리적으로 마땅히 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12.3 내란과 사회적 갈등 속에서 극우 이미지가 덧씌워진 한국교회는 사회적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진지한 논의를 바탕으로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할 공교회인 교단들이 예언자적 사명에 침묵한 모습은 한국교회의 아픈 역사로 기록될 겁니다.
CBS 뉴스 최창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