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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 전북에서 '추임새'와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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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칼럼]

           전북 CBS 이균형 대표 전북 CBS 이균형 대표"앗따~ 이때서야 심청이가 박을 타는디, 실근 실근 톱질이야~"

필자가 타관에 있는 친구들이 전주를 찾을때면 저녁 자리에서 농삼아 가끔씩 구사하는 판소리 한 대목이다. 으레 이 대목에서는 동편제 운운하며 "전북은 소리의 고장"이라는 바람부터 잡고 들어간다. 그런데 필자가 "이 판소리 말이 안되는 것 알아?"라고 묻기 전에는 왜 흥보가 아닌, 심청이가 박을 타는지를 따져 묻는 친구는 아직까지 보질 못했다. 역시 소리의 고장 전북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판소리의 고장 전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얼씨구!","좋다!", "아이고~"등으로 소리꾼의 흥을 북돋우고 관객들이 빠져들게 만들면서 '집단 호흡'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추임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흥을 깨뜨리고 관객들을 무대로부터 분리시키는 저해제가 있으니 바로 '엇박자'이다. 제대로 된 추임새는 노랫가락의 완성도를 높이지만, 흐름을 거스르는 엇박자는 판을 깨뜨린다.
 
최근 윤준병 의원이 SNS를 통해 '2036 하계올림픽'을 향해 "IOC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혀 논란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잼버리, 새만금 국제공항까지 소환하며 '도정의 무능'을 질타하는 화톳불에 기름까지 잔뜩 들이부었다. 특히 "올림픽을 이용한 정치적 선전을 당장 중단하고 '전북 전주'가 유치 도시로 확정된 것처럼 홍보한 내용에 대해 전북 도민에게 정중히 사죄하라"는 워딩은 아무리 생각해도 눈에 밟힌다.  그렇다면 필자를 비롯한 도민들이 도지사를 비롯한 전북 도정으로부터 속임을 당했다는 것인가?  윤 의원의 이 용기있는 질타가 언론 보도를 타자 문체부와 전북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즉각 조목 조목 반박했고 한 스포츠 언론은 팩트체크까지 나서면서 윤 의원의 주장이 일정 부분은 맞고 일정 부분은 사실과 다름을 확인했다. 하지만 윤 의원은 IOC 부적격 판정은 '죽비성 찬물'이라면서도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이 엇박자의 울림은 내년 지방선거판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처럼 불은 윤준병 의원이 질렀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그 불길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냉정히 말해 현 시점에서 가능성을 놓고 볼 때,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는 그리 희망적이지 않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산적한 현안으로 둘러싸인 그 첩첩산중은 넘어서고 헤쳐가야 할 대상이지, 포기하고 접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게임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막 본선으로 향하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윤 의원의 지적대로라면 게임은 시작도 전에 이미 끝난 듯 해 보인다. 그런데 그 지적들, 단순히 지적하는데 그쳐도 되나? 그 지적들에 대해 윤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이 풀어야 할 대목은 없을까? 
 
이 대목에 어제 필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문체부 관계자와 회담에 함께 참석했던 한 국회의원이 토해낸 사자후가 뇌리에 쟁쟁히 떠오른다. "정말 답답해 미치겠습니다. 전북은 뭐라도 해야 뭐라도 생기는데…지금은 날선 회초리가 아닌, 애틋한 온기가 필요한 때인데.. 전주-완주 통합도 그렇고 전주대 글로컬 대학 물건너간것도 그렇고…전남은 하나로 똘똘 뭉치는데…전북 정치권은 왜그런지 모르겠습니다. 하~"

이번 논란을 지켜보는 도민들의 주문은 간단하다. 문체부와 전북도, 대한체육회는 2036 하계올림픽 추진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도민들에게 판단의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진정 올림픽 유치 추진이 선거를 염두에 둔 '희망 고문'인지, IOC 부적격 판정 운운함이 도민 희망에 '찬물끼얹기'인지는 도민들이 판단할 몫이다. 아울러 김관영 도지사도 "국회의원을 병풍세웠다"는 뒷담화를 비롯해 '1% 가능성만 보여도 뛰어든다'는 식의 저돌적 깜짝쇼도 좋지만, 냉정하게 사태를 직시하며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소통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고개를 돌려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전북 도정 역시 윤 의원의 지적을 '찬물 끼얹기'로만 여길게 아니라, 현 시점에서 영점 조준 다시 함으로써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칠 수 있는 고마운 기회로 받아들이는 현명함이 요구된다고 본다.  

그리고 정치권에도 주문한다. 제발 전북 발전에 하등의 득이 될 것 없는 소모적인 공방을 걷어치우고 '지역구'와 '금뱃지'가 아닌, 진정한 전북 발전과 도민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기시라! 정치가 엇박자를 놓으며 장단을 흔들면 노래는 끝장이 나지만, 정치가 추임새를 얹어주면 전북의 합창은 세상을 울릴 수 있다. 지금 전북에 절실한 것은 추임새일까, 엇박자일까? 선택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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