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개정안이 통과하면 1948년 출범한 검찰청은 78년 만에 폐지된다.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황진환 기자검찰청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사실상 '자포자기' 상태의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길을 잃은 상태"라며 "국민 여론도 좋지 않아 더 목소리도 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로 검찰청은 1년 유예 기간을 두고 내년 9월 폐지된다. 1948년 창설된 지 78년 만이다.
그동안 검찰의 특수 수사 등이 편향성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한 반성과 함께 '검찰청'이라는 명칭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한탄도 나온다.
또 다른 검찰 고위 간부는 "검찰청이 폐지된다면 국제 공조 수사에도 안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지휘부가 정치권의 검찰 개혁에 미온적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울산지검 고형근 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절망 속에서도 검사로서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침묵을 유지했을 뿐, 사태의 책임이 있는 지휘부의 침묵과는 결이 같지 않다"며 "이제는 형사사법체계의 한 축을 지탱하는 실무 전문가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청 폐지 등 검찰개혁에 반발해 검사가 사직서를 내는 사례도 나왔다. 차호동 대전지검 서산지청 형사부장은 이날 이프로스를 통해 "독재 국가에서나 볼법한 기형적인 제도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공무원인 제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반대 의사 표시로 사직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사법 시스템에서 검사의 기능과 역할이 폐지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애초 분리할 수 없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적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개정안이 통과하더라도 1년의 유예기간은 너무 짧다는 반응도 나온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을 설치와 완벽한 수사·기소 분리 형사사법체계를 구축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찰 보완수사권 만큼은 필요하다는 인식도 있다.
검찰청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은 대검찰청 청사 퇴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국회의 의결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형사사법 시스템이 공백 없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검찰 지휘부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단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보완수사권은 유지돼야 한다고 보느냐' '검찰은 헌법기관이 아니란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에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78년만의 검찰청 전면 개편은 지금의 검찰은 더이상 신뢰할 수 없으니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으라는 국민의 준엄한 요구"라며 "국민 보호에 충실한 검찰개혁,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완성도 높은 검찰개혁을 통해 성공하는 이재명 정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한때 개혁의 산물이었던 검찰이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데 검찰은 겸허한 자세로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며 "검찰권을 남용해 죄 없는 자를 죄 지은 자로 만든 적은 없는지, 무소불위의 권력에 취해 스스로 권력자의 도구가 되길 자처한 적은 없는지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민주주의 말살에 앞장서고 급기야 헌법 파괴를 방조한 과오, 대통령 일가의 부패에는 철저히 눈감아 버린 과오에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며 "결코 일부의 일탈로 회피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