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현, '마인드스케이프 Mindscape-31122024', 장지에 채색, 100 x 70cm(2024). 페이토 갤러리 제공"내 작업은 언제나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나 자신의 내면에서 불쑥 솟아오른 서사와 심상들을 드로잉으로 옮기기 시작했어요.
나는 또 한 번의 변화를 앞두고 있어요. 하지만 예술을 통해 내가 지키고 싶은 것들은 더욱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계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공존을 이야기할 거예요. 나는 이 노동, 이 일 안에서 영원한 즐거움을 느껴요. 이 모든 작업은 단절된 듯 보이는 세계를 다시 엮어보려는 시도입니다. 나의 이야기와 너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한 화면에 나란히 놓고, 그 사이의 공명과 불협을 함께 들여다보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오늘날 예술이 할 수 있는 가장 진실된 일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말하고 싶습니다. 예술이 슬픔과 갈등, 불안을 보살피지 않는다면, 무엇이 우리를 돌아봐 줄 수 있겠느냐고. 우리는 아직 여유로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잘하고 있습니다."
-2025년 조주현 작가노트 중에서독일 베를린을 무대로 활동하는 조주현(38)의 개인전 '공존을 향하는 일(A work towards coexistence)'이 서울시 중구 동호로 페이토 갤러리에서 27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화를 기반으로 장지와 진채화(眞彩畵) 등 전통 재료와 채색 기법을 바탕으로 내면적 경험과 사회적 감수성을 결합한 회화 '마인드스케이프(Mindscape 마음의 풍경)', '미완성을 향하는 일(A Work Towards Incomplete)' 시리즈와 드로잉을 포함해 모두 52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조주현, '마인드스케이프 Mindscape-31052025', 장지에 채색, (Fold) 128.5 x 83 x 4.4cm(2025). 페이토 갤러리 제공
조주현, '마인드스케이프 Mindscape-31052025', 장지에 채색, (Open) 128.5 x 167 x 2.2cm(2025). 페이토 갤러리 제공작가의 작업은 해외 생활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 작가와 주변인을 둘러싼 풍경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유기적인 관계에서 출발한다.
작품은 일상에서 느끼는 매일의 감정과 찰나의 미묘한 감각을 그림일기 형식으로 기록해온 드로잉에서 시작한다.
조주현, '시간을 수집한다는 것', 종이에 채색, 각 each 29.7 x 21 cm(2023). 페이토 갤러리 제공해조류나 균사체 같은 유기적 형상은 작가가 감정적 관계와 상호작용을 은유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이다.
조주현 작가의 작품은 일상에서 느끼는 매일의 감정과 찰나의 미묘한 감각을 그림일기 형식으로 기록해온 드로잉에서 시작한다. 페이토 갤러리 제공드로잉은 축적되고 변주돼 개인의 내밀한 경험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감각적 언어로 변환되면서 '마인드스케이프(Mindscape)' 시리즈로 확장된다.
독일 베를린을 무대로 활동하는 조주현(38)의 개인전 '공존을 향하는 일(A work towards coexistence)'이 서울시 중구 동호로 페이토 갤러리에서 27일까지 열린다. 페이토 갤러리 제공부드럽게 스며든 색과 부유하는 유기적 형상의 '마인드스케이프(Mindscape)'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평안해진다.
특히 낮과 밤을 형상화한 경첩 시리즈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
낮과 밤을 형상화한 경첩 시리즈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 페이토 갤러리 제공'완성'이라는 개념에 의문을 던지는 '미완성을 향하는 일(A Work Towards Incomplete)' 시리즈는 '현대 디자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시인이자 예술가이며 사회주의 운동가였던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
·1834~1896)의 미술공예 운동(Art & Craft Movement)을 현대적 맥락에서 되살리며 손끝의 노동과 시간의 결을 화면에 새겨 넣는다.
19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공장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내는 저품질 공산품이 넘쳐나자 모리스는 잃어버린 수공예의 가치를 되찾기 위해 미술공예 운동을 시작했다. 모리스는 '모리스 마셜 앤드 폼커'라는 회사를 세우고 스테인드글라스, 태피스트리, 가구 등 여러 수공예품을 제작했다.
의도적으로 남겨진 여백과 스케치가 보여주는 미완성의 흔적은 오히려 더욱 살아 있는 감정의 공간으로 이끈다.
조주현, '마인드스케이프 Mindscape-11022025 (미완성을 향하는 일)', 장지에 채색, 60 x 40cm(2025). 페이토 갤러리 제공작가는 팬데믹 시기 독일에서의 체류 경험과 이방인으로서의 삶, 그리고 주변인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작업의 근간으로 삼아 개인의 서사, 미시사(micro history)에서 출발해 감각과 정서의 흐름을 통해 사회정치적 감정(sociopolitical feeling)의 깊이를 탐구하는 서사를 실험하고자 한다.
조주현, '바람', 종이에 채색, 각 each 29.7 x 21 cm(2022). 페이토 갤러리 제공조주현은 이화여대에서 서양화와 한국화를 전공하고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폴란드 브로츠와프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고 BBA 아트 프라이즈 3위(2022), Barbican Arts Group Trust Prize 본선(2023), Art Connect Magazine(2021) - 2021년도 주목해야 할 작가 선정 등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았다.
독일 베를린을 무대로 활동하는 조주현(38)의 개인전 '공존을 향하는 일(A work towards coexistence)'이 서울시 중구 동호로 페이토 갤러리에서 27일까지 열린다. 페이토 갤러리 제공최근 경북대학교 미술학과 교수로 임용돼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권아름 페이토 갤러리 대표는 "개인의 경험과 타인의 경험이 만나 새로운 관계의 장을 형성하는 조주현의 작업들을 통해 감정과 기억 그리고 관계가 서로 스며들어 만들어내는 작가만의 공존의 방식을 마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을 무대로 활동하는 조주현(38)의 개인전 '공존을 향하는 일(A work towards coexistence)'이 서울시 중구 동호로 페이토 갤러리에서 27일까지 열린다. 곽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