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25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구별된 행보로 주목받는 사람이 있다.
민생에 다가가겠다며 전국 순회에 들어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다. 그가 대중 앞에 나타난 것은 6·3 대선 이후 석 달여 만이다.
앞서 대선 경선에서 낙마한 한 전 대표는 지난달 당대표 선거에 등판하지 않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현안별 입장은 냈지만, 사실상 휴지기였다. 그랬던 그가
최근엔 탄핵까지 거론하며 '이재명 공격수'를 새삼 자처하고 있다.
메신저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현장 보폭을 넓히면서 복귀 타이밍을 가늠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당 지도부의 대여투쟁 노선과 결을 같이 하면서도, 민생 이슈는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거제부터 '바닥 민심' 훑기 돌입한 韓
한 전 대표는 지난 22일 경남 거제를 시작으로 현지 주민들과 만나 민심을 경청하고 지역 현안을 살피는 '민생 탐방'에 들어갔다. 8·22 전당대회 이전부터 구상한 일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출발지로 거제를 선정한 이유 중 하나는 한미 관세협상 이후 양국의 조선(造船)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로 주목도가 더 높아진 곳이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로 소멸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거제시의 관내 인구는 최근 10년간 약 2만 3천여 명이 줄었고, 조선업 종사자도 3만 명 가까이 감소했다.
한 전 대표는
경상국립대학교에서 재학생들과 학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거나, 식당을 찾아 자영업자들의 애로사항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즉흥적이기도 한 이런 행보는 이른바 '바닥 민심'을 훑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한 전 대표는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불러주시는 곳이 있으면 계속 다니려고 한다. 매일 (수요가)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말하기보다는, 듣는 데 집중하겠다고도 했다. 한 전 대표는 "당대표, 비대위원장 등을 하면서 지역 현장을 방문할 기회는 많았다. 일종의 견학 같은 걸 하는 것"이라며
"(당시 정작) 진짜로 현장에서 시민 말씀을 경청할 기회는 없더라"고 언급했다.
그는 당분간 '정치가 해결해야 될 문제'를 두루 살피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이 진용을 재정비하고도, 여전히 중도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한 결과라고 한다. 실제로 당 지지율은 지금도 여당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장외전'과 거리 두면서도 당정 때리기 '톤 업'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윤창원 기자그러면서도, 대여 투쟁의 고삐는 더 바짝 죄는 모양새다. 한 전 대표는 여권의 '배임죄 폐지' 논의를 두고 "나라 망쳐도 이재명 대통령만 살리면 된다는 것"이라고 날을 세우는가 하면,
최근 정치권을 달군 '조희대 의혹'과 관련해선 이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며 공격했다. 여당이 제기한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을 가리켜 "숙청 시도"라고도 했다.
유튜브 '라방'(라이브방송)에서도 "웬만하면 정권 초반부터 탄핵 얘기는 잘 안 하려 한다"면서도
"이렇게 자기 재판 막으려고 사법부 수장을 숙청하려는 시도는 탄핵 사유가 맞다"고 못박았다. 같은 사안에 대해 "민주당이 정신줄을 놨다"고 맹폭한 장 대표와 비슷한 입장인 셈이다.
당 안팎에선 한 전 대표가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대항마는 자신뿐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장외 투쟁으로 또다시 강성 당원에 힘을 실은 지도부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지금 당에서 한 전 대표만큼 아프게 당정을 때리는 사람이 누가 있나"라며 "(지난 주말) 대구 집회를 보며 한숨 쉬는 국민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약 6년 만의 장외전을 재개한 장 대표 체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 동대구역 집회에서는 대선 불복을 연상시키는 구호들도 등장해 논란이 됐다.
'원외' 한계는 약점…"지선에서 성과 내야" 지적도
하지만, 원외로서 한 전 대표가 지닌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 역시 존재한다.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당내 분화가 가속화되면서, 친한계의 결속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는 시각도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찬탄파'로서, 당내 주류인 친윤(親윤석열)계와 불화해온 것도 약점이다. 지도부 중 친한(親한동훈)계라 할 만한 인사는 우재준 청년최고위원뿐이다.
야권의 리더로서 당 재건 의지가 확고하다면 좀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라방'과 SNS 중심의 여론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 전 대표가 실제 출마를 포함한 역할론을 고민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수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전날 MBN 인터뷰에서 "큰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선거에 출마해 당선돼야 한다. (한 전 대표가) 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본다"며 "(이번에는) 결실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