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극우연대에 대한 우려가 최근 들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 뿌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 트럼프 1기에도 서울과 워싱턴에서는 한반도 정세를 둘러싸고 이념적·정치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세력 간에 일종의 '콜라보'가 이뤄졌다.
당시 이들은 주로 '멸공' 담론을 공유했다. "나는 북한 공산당이 싫다." 주민을 굶겨 죽이고 인권을 탄압하면서 핵무기를 개발하는 김정은 정권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그러한 북한 정권과의 화해와 평화를 이야기하는 "문재인 대통령도 싫다"로 이어졌다.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이들의 협업 방식은 늘 비슷했다. 먼저 서울의 멸공세력이 워싱턴의 동조 세력을 향해 공을 던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핵 협상 진전을 위해 일부 대북 제재 완화나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필요하다고 하면, 곧바로 '김정은 대변인'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그러면 워싱턴의 멸공세력은 이 사안을 '한미동맹 균열, 대북 억지력 약화'라는 프레임으로 치환해 한국 정부를 흔든다. 이들 가운데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보다 긴장과 대립에서 더 큰 이익을 얻는 이른바 '네오콘'들도 있다. 이들이 한마디만 던지면 서울의 보수 우익 매체들은 이를 '워싱턴 기류'로 포장해 열심히 확대 재생산했다.
인권 문제도 이들에겐 전가의 보도였다.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던 북한 어민 2명을 북송한 사건에 대해서는 '북한 눈치보기'라고 몰아세우며 종북몰이에 열을 올린다. 또 한국 정부가 우발적 충돌을 막고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북 전단과 확성기 방송을 금지하면, 이번에는 '김여정 하명 받들기'라는 프레임을 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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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워싱턴의 이른바 '인권 운동가'나 '한반도 전문가'들이 나서 문재인 정부가 '정보 확산, 인권, 자유'와 같은 보편 가치를 침해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또 미 의회의 인권 관련 위원회에서 청문회를 열어 압박 분위기를 조성한다.
당시 청문회 증인으로 나선 미국 보수 극우 논객 고든 창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한국을 북한으로 만들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필자 역시 그를 여러 차례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그는 문 대통령을 '친북 공산주의자'라고 규정하며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퇴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년이 지난 지금, 고든 창 변호사는 '문재인'이라는 이름에 '이재명'을 넣어 똑같은 말을 고장난 라디오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올린 "숙청·혁명"이라는 글에 "땡큐"라면서, "이재명을 제거하자(Remove Lee!)"라고 썼다.
유튜브 황교안 TV 캡처
한미 극우연대는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 극우 세력에게 강하게 소구되는 중국 혐오와 부정선거론, 여기에 극우 기독교 네트워크까지 결합해 더욱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이 한미 일부 정치인들을 넘어 현재 백악관에까지 미치고 있음이 확인됐다. 무엇보다 이들은 트럼프 지지층의 한 축을 이루고 있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이들의 어젠다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극우연대는 앞으로 한미관계에서 손톱 밑의 가시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직접 나서 그 가시를 뽑아낼 수도 없다는 점이다. 그 가시로 인한 상처가 곪아 더 큰 염증으로 번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합뉴스 이를 위해 대통령실-백악관, 외교부-국무부 등 다양한 채널과 각급에서 직접적인 소통을 확대하고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미국 의회와 워싱턴 조야와 주기적으로 교류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정책 연설을 한 것이 좋은 사례다. 동시에 한국의 여론과 언론이 극우연대가 만들어내는 '노이즈 마케팅'에 과잉 반응하지 않는 것 또한 방법이다.
박형주 칼럼니스트
- 전 VOA 기자, 『트럼프 청구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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