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에리카 커크. 연합뉴스지난 10일 총격범에 의해 살해된 찰리 커크의 추모 행사가 열린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팜 스타다움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해 흡사 전당대회를 방불케했다.
7만 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곳에는 21일(현지시간) 오전부터 밀려든 추모 인파들로 인해 본 행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새벽 3시부터 줄을 섰다는 참석자도 있었다.
행사 주최측은 최대 7만3천명이 들어갈 수 있는 메인 행사장이 수용 인원을 초과해 인근의 다른 경기장으로 추모 인파를 안내하기도 했다.
최근 찰리 커크의 죽음에 대해 언급했다가 미국 ABC방송의 간판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가 방송 무기한 중단되는 등 정치적 외압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커크의 죽음을 슬퍼하는 대규모 인파가 세 과시를 하는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연합뉴스실제 이날 행사에는 트럼프 대통령,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 등 핵심 인사들이 모두 자리를 함께했다.
추모 행사였던 만큼 본 행사 시작 전부터 가스펠 가수들이 찬송가를 연이어 부르면서 분위기를 만들었고, 이후 찰리 커크의 지인들은 무대에 올라 커크의 업적과 신앙과 관련한 추모사를 이어갔다.
행사의 마지막인 트럼프 대통령의 추모사에 앞서 연단에 오른 커크의 아내 에리카는 "총격 살해범 타일러 로빈슨을 용서하겠다"는 뜻을 밝혀 주위를 숙연케 했다.
에리카는 "증오에 대한 해답은 증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커크는 자기 생명을 뺏어간 타일러와 같은 젊은이들을 잘못된 곳에서 구하고 싶어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찰리 커크는 미국의 보수 청년단체 터닝포인트USA를 공동 설립했고, 대선 전부터 트럼프를 열렬하게 지지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우익 활동가로 활약했다.
특히 커크는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이들에게 "트랜스젠더주의와 '성 유연성'(gender fluidity)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아이들을 학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보수 이념 전파에 앞장서 왔다.
찰리 커크는 숨진 10일도 유타밸리대학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젊은이들과 문답을 이어가던 중 총격을 받았다.
추모식에서 연설 중이 JD밴스 미국 부통령. 연합뉴스JD 밴스 부통령은 추모사에서 이같은 커크의 업적을 추켜세웠다.
그는 "이 자리에 트럼프 행정부 전체가 모였지만 단순히 친구로서 찰리를 사랑했기 때문만은 아니고, 그가 없었다면 우리가 여기 있을 수 없었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라며 "찰리는 우리 정치의 균형을 재편한 조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커크는 우리 시대 가장 강력한 청년 운동을 이끌었다"며 "단순히 도움을 준 게 아니라 대선 승리를 결정짓는 차이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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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커크에 대해 "위대한 미국의 영웅이자 순교자"라고 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목소리는 이 땅에서 세대를 거쳐 울려 퍼질 것"이라며 "그는 우리속에 영원히 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로빈슨을 용서하겠다는 에리카에 대해 "저는 살해범을 증오하며, 그에게 최선의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에리카, 미안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에게 미국 최고의 민간인 훈장인 대통령 자유 훈장을 수여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행사에 대해 "가스펠과 커크에 대한 우울한 추모로 시작된 행사는 점차 보수 강경파의 정치 행사로 확대되며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다"며 "복음주의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떻게 융합되었는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편 커크를 살해한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은 가중 살인, 총기 사용 중범죄, 증인 회유, 사법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