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키멜. ABC방송 갈무리 미국 유명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멜의 프로그램이 방송에서 퇴출되면서 디즈니 등 대형 미디어 기업이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언론 자유를 둘러싼 논란과 함께 정치 권력이 미디어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으로 번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컬처 베이스와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디즈니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38억7천만 달러(약 4조4천억 원) 증발했다. 이는 디즈니를 모기업으로 둔 ABC 방송의 인기 간판 프로그램 '지미 키멜 라이브'가 무기한 결방에 들어가면서 투자자 신뢰가 흔들린 결과다.
사태의 발단은 키멜이 지난 15일 방송에서 미국 내 극우 성향의 청년 보수주의 단체 활동가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터닝포인트 USA' 대표 고(故) 찰리 커크를 비판한 것이다. 키멜은 방송에서 "마가(MAGA) 진영이 커크 사건을 자신들과 무관한 일로 치부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발언 직후 브렌던 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이 "방송 면허 취소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ABC를 소유한 넥스타미디어그룹은 키멜의 프로그램을 편성에서 제외했다.
이에 대해 미국작가조합(WGA)은 성명을 통해 "사상과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정부 권력이나 기업의 비겁한 결정으로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작가·배우조합은 디즈니 본사 앞 시위를 예고했고, 배우 마크 러팔로, 페드로 파스칼 등 할리우드 유명인들도 소셜미디어에서 키멜 지지와 함께 디즈니의 책임을 강하게 묻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디즈니와 파라마운트 등 거대 미디어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속에 사업적 이해관계를 우선하며 언론의 자유를 방기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실제로 CBS 모기업 파라마운트는 최근 트럼프와의 명예훼손 소송을 합의금으로 마무리하고 간판 토크쇼 '더 레이트쇼' 폐지를 발표했다. 디즈니 역시 지난해 12월 명예훼손 합의금을 지급한 데 이어 이번 키멜 쇼 중단 사태까지 겪고 있다.
마이클 아이즈너 전 디즈니 CEO는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주요 미디어 기업이 감당해야 할 책무"라며 현재 리더십의 부재를 꼬집었다.
한편, 디즈니는 키멜의 복귀를 위해 내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합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현지 전문가들은 "단순히 한 프로그램의 중단을 넘어, 정치 권력과 미디어의 긴장 관계가 본격적인 갈등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