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 식단으로 해독 주스를 찾는 이들이 많다. 삶은 채소와 과일을 갈아 만든 음료로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몸속 독소를 빼주는 만능 식품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는 '해독'이라는 이름 자체가 의학적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CBS 경제연구실 채널의 <의사결정> 유튜브에 출연한 오 교수는 "간과 콩팥이 이미 우리 몸의 해독을 담당하고 있다"며 "주스를 마신다고 독소가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항산화 효과는 있지만 '해독'과는 다르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 편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
오 교수는 해독 주스 안의 케로틴 등 항산화 물질이 혈관 염증 완화나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몸속 독소를 제거한다는 기대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해독 주스의 진짜 이점은 무엇일까. 바로 채소와 과일 섭취가 부족한 현대인의 식단을 보완한다는 데 있다. 오 교수 역시 "씹어서 챙겨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갈아 먹는 방식은 도움이 된다"고 인정했다.
삶아 갈아 먹을까, 생으로 갈아 먹을까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 편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최근에는 ABC주스, CCA주스처럼 날 것으로 갈아 먹는 형태도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다면 삶아서 먹는 것과 생으로 먹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좋을까. 이에 대해 오 교수는 "각 재료마다 다르다"고 답했다.
토마토처럼 열을 가하면 항산화 효과가 커지는 식재료가 있는 반면, 일부 영양소는 가공 과정에서 손실되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건 '방법'이 아니라 얼마나 꾸준히 섭취하느냐라는 것이다. 그는 "치아 건강이 괜찮고 잘 씹어 먹을 수 있다면 생으로 하나씩 먹는 게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원푸드 다이어트는 반드시 피해야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 편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문제는 해독 주스를 다이어트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경우다. 실제로 단기간 체중과 혈당이 줄어든 사례도 있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경고다.
오 교수는 "해독 주스는 비타민과 미네랄 위주라 단백질과 지방이 부족하다"며 "이것만으로 배를 채우면 살은 빠지지만 근육도 같이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지 않고 해독 주스만 의존하는 '원푸드 다이어트'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행하는 음식, 결국은 '지속 가능성' 문제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 편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오 교수는 해독 주스와 함께 마녀스프 같은 유행 음식들을 언급하며 "효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결국은 지속 가능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00년 동안 수천 가지 다이어트법이 등장했다 사라졌지만, 결국 살아남은 것은 균형 잡힌 식단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해독 주스 자체는 분명 좋은 보조 수단"이라면서도 "기본적인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해독'이라는 화려한 이름에 현혹되지 말고, 채소와 과일 섭취를 늘리는 하나의 방법으로 접근하라는 것이 마지막 오 교수의 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