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 일러스트레이터 헤르만 포겔이 그린 '핸젤과 그레텔'(왼쪽). '숲(forest)'의 어원은 '바깥쪽'이며, '외국의, 이질적인' foreign과 같은 어원인 것처럼 자신들이 사는 세상과 다른 곳이라 생각해다. 1450년 무렵에 수채화로 그린 '피렌체 두오모' 모습(오른쪽)에서 지붕에 달린 반구형 구조몰 '큐폴라(cupola)'가 도도인다. 큐폴라는 '둥근 지붕' 또는 '둥근 천장'을 뜻한다. 파피에 제공로마 제국의 영광에서 르네상스의 부흥까지, 우리가 매일 쓰는 영어 단어 속에는 세계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미즈 겐지의 '영단어 세계사'는 이러한 단어의 어원을 통해 인류 문명의 굴곡을 흥미롭게 탐구하는 인문 교양서다.
책은 'supper(저녁 식사)'와 'soup(수프)'가 같은 어원에서 비롯됐다는 사실, 'lord(영주)'가 본래 '빵(loaf)을 지키는 사람'을 뜻했다는 사례처럼, 일상적 단어 속에 숨어 있는 역사적 기원을 풀어낸다.
'March(3월)'가 로마 군신 마르스에서, 'June(6월)'이 결혼의 여신 유노에서 비롯됐다는 점, 'tariff(관세)'와 'magazine(잡지)'이 아랍어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게 소개된다.
저자는 고대 로마와 기독교의 시대, 중세 봉건제와 수도원 문화, 십자군 원정과 르네상스까지 다섯 장으로 구분해 단어와 역사를 입체적으로 엮는다.
파피에 제공 중세 프랑스 수도원의 화재 예방 관습에서 비롯된 'curfew(통금)', 순례자를 환대하던 전통에서 파생된 'host(주인)'와 'guest(손님)', 호스피스(hospice)의 기원까지 언어가 지닌 서사를 보여준다.
책은 야코프 그림의 '그림의 법칙'을 비롯한 언어학적 통찰도 소개한다. 인도유럽조어의 'ped'가 영어의 'foot', 독일어의 'Fuß'으로 변화한 과정을 통해 언어가 어떻게 국경과 문화를 넘어 변주되는지 설명한다.
시미즈 겐지 지음 | 위정훈 옮김 | 파피에 | 2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