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군인 아파트에서 '벌금'을 내며 자리를 지키는 군 간부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가 정한 퇴거 지연 관리비가 주변 시세보다 턱없이 낮아, 관사를 떠나지 않는 '관테크'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에 위치한 용산 푸르지오 파크타운에서 최근 5년간 총 165명의 퇴거 지연자가 발생했다. 올해 7월 말 기준으로도 14명이 퇴거 명령을 받고도 여전히 거주 중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장 644일간 버틴 사례도 있었다.
이 아파트는 760세대 전부가 군 관사로 사용되고 있으며, 한강변에 자리해 일부 세대에서는 탁 트인 조망이 가능하다. 용산 내에서도 학군과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 주거 선호도가 높은 관사로 꼽힌다. 이러한 입지적·생활적 장점이 일부 군 간부들의 '버티기'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저렴한 벌금도 '버티기'를 부추겼다. 현행 '군 주거지원 사업 운영 훈령'에 따르면 32평형 관사의 퇴거 지연 관리비는 6개월까지 월 160만 원, 이후에는 월 240만 원 수준이다. 이는 같은 면적의 인근 아파트 월세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벌금을 내는 것이 외부 전·월세 시장보다 유리하다.
같은 시기인 2011년 용산구에서 준공된 아파트 '용산 e편한세상'과 비교하면, 버텨서 얻는 이익의 규모가 더 커진다. 이 아파트의 경우 32평형 월세가 380만~430만 원 수준이다. 반면 동일 평형 기준 군 관사의 퇴거 지연 관리비는 240만 원에 불과해 약 37%에서 44% 저렴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5년간 전국에서 집계된 군인 퇴거 지연 사례는 4,214건에 달한다. 서울 지역만 따져도 퇴거 지연자는 45명, 이들로 인해 관사 입주를 기다려야 하는 대기자도 90명에 이른다. 일부 간부들은 관사와 함께 별도의 독신자 숙소까지 제공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퇴거 지연 관리비를 대폭 인상하는 방향으로 관련 훈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서울 등 1급지의 32평형 관사 지연 관리비는 현행 월 240만 원에서 최대 월 512만 원까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질 전망이다.
강 의원은 "군 관사를 사실상 재테크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정작 관사가 필요한 군인들이 피해를 보는 만큼 강력한 징계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