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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사고에 최소 30억…강력해진 산업안전 대책, 실효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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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종합대책 발표했지만…노사 모두 의문
노동계 "경영책임자 직접 압박 빠져"… 경영계 "과잉규제"
입법 및 세부 이행 과정에서 성패 가를 듯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산업재해 근절을 위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노동계·경영계 모두 제도의 현실적 작동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노사는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구조적 보완 없이는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5일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관계부처 합동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노사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 구축과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다.  

대표적으로 원하청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위험성 평가 시 노동자 참여 확대 등 노사의 책임과 감시 권한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안이다. 또 제재로는 연간 3명 이상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는 영업이익의 5% 이내에서 최소 3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공공조달 참여 제한과 금융 제재 등 전방위적 불이익도 예고됐다.

문재인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산안 감독조직 위상 강화로 제도적 기반을 다졌다면, 윤석열 정부는 사후 처벌 대신 자율 예방 중심 체계를 내세웠다. 이번 이재명 정부의 종합대책은 두 노선을 절충한 형태로, 강력한 제재와 노사 주도 자율 체계를 함께 구축하는 데 무게를 뒀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올해를 '산재왕국이라는 오래된 오명을 벗는 원년'으로 반드시 만들겠다"며 "안전 의식·문화 확산을 위한 인프라 확대와 함께 실효성 있는 제재를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도의 작동을 실제로 책임질 노사 모두의 반발과 한계가 뚜렷한 만큼, 구상과 현실 간 괴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노동계는 정부의 제재 강화 방침에 일정 부분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도, 실효성을 담보할 기반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실질적 경영책임자에 대한 압박이 빠진다면 제도는 형식에 그칠 수 있다"며 "노동자 작업중지권 확대, 유급 안전활동 보장, 사외 명예산업안전감독관 권한 강화 등 현장 작동력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정반대 우려를 제기했다. 경제단체들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기업의 관리 책임에는 공감하지만, 이번 대책은 처벌 일변도로 기업의 존립 기반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경영계는 특히 "영업이익 기반의 과징금, 공공입찰 제한, 등록말소 등은 중견·중소기업에 사실상 퇴출을 의미할 수 있다"며 "이미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중인데, 사망사고는 줄지 않았다"면서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가 강조한 노사 자율 규율 및 공동 참여 체계도 실제 현장에서는 작동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원하청 공동 구성이나, 위험성 평가 시 노동자 참여 확대 방안은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노조조차 없는 중소사업장에서는 제도 자체가 공회전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조가 없는 경우 산보위를 회사 입장에서 형식적 운영을 하거나 노동자 대표를 기업이 지명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며 "기업의 부당한 개입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편으로는 단속과 처벌 중심 접근보다, 업종별 자율 규범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강태선 교수는 "사법조치나 과징금은 정부의 탑다운 방식으로 기업을 피동적 규제 대상으로만 제한하고 있다"며 "산업계가 자기 규범을 만들고 스스로 지키는 문화와 관행을 만드는 등 기업의 자주적 활동을 촉진하지 않는다면 위로부터의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교수는 "이제는 정부의 단속 중심 감독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문화와 구조를 바꾸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행정 인력 증원뿐 아니라 독립적인 연구 기능 강화와 노동자·사업주 단체의 자발적 참여를 촉진하는 시스템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한 첫 노동안전 종합 대응인 만큼,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세부 설계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망사고를 막기 위한 실질적 예방 체계, 노동자 참여 구조, 자율 감시 시스템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매 정부 내놓는 "재탕 삼탕 반복되는" 정책이 될 수 있다. 김 장관은 "이번 대책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행으로 이어지도록 입법과 예산, 집행 시스템을 종합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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