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 'three trees', 종이에 혼합재료, 100×190cm(2025). 토포하우스 제공파란색, 하늘색, 분홍색, 보라색 등이 빼곡하게 들어 찬 나뭇잎과 곤충 표피와 같은 문양이 나타나며 생동하는 꾸물꾸물한 패턴으로 가득 찬 나뭇가지,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나무 속엔 부엉이 한 마리가 보인다.
하늘색 바탕에 형형색색의 색들이 합쳐진 이 작품명은 'three trees'.
허준, 'three trees'를 확대해 보면 부엉이와 곤충 등이 보인다. 곽인숙 기자전통 산수화를 독창적으로 해석하며 산수 시리즈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허준(49) 작가의 개인전 '시간을 타고 나무와 숲을 거닐다(Walking through trees and forests in Time)'가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린다.
작가가 2005년부터 2025년까지 작업한 작품 30여점이 전시된다.
작가는 2005년 첫 개인전 이후 산수시리즈를 비롯해 현재의 다양한 실험적 작업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허준 작가의 개인전 '시간을 타고 나무와 숲을 거닐다(Walking through trees and forests in Time)'가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린다. 곽인숙 기자작가가 20대 때 선보인 화면의 2/3 이상을 여백으로 남긴 전통 산수 작업 '여정' 시리즈는 2010년대 '구름 속의 산책' 시리즈로 이어지며 산속에서 느낀 기억의 풍경을 배경 없는 패턴화된 나무 작업으로 표현했다.
허준, '여정2', 종이에 수묵채색, 66x136cm, (2005). 토포하우스 제공2021년부터 시작한 나무를 모델로 한 작업은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작업실을 출퇴근하며 특정 장소의 나무를 관찰하고 해석해 풀어낸 상상화다.
나무와 숲은 작가가 오랜 세월 산행과 여행 속에서 교감해온 대상이다.
20여년 전부터 설악산과 지리산, 호남 유명 지역의 트레킹 길을 걸으며 특별한 나무들을 관찰하고 작품에 투영해왔다.
허준, '구름속의 산책 #1', 종이에 먹,아크릴, 162x112cm(2012). 토포하우스 제공작가는 최근 그의 할아버지 남농 허건(南農 許楗, 1908 ~1987)의 목포 집에서 늘 보았던 수석(壽石), 해송 등 분재, 난을 기억의 모티프로 삼는다.
허건은 전통 남종화(南宗畵)의 맥을 잇는 대표적 화가로, 추사 김정희의 수제자이자 한국 남종화의 근대적 기틀을 잡은 인물로 평가되는 소치 허련(小痴 許鍊, 1808~1893)의 손자다. 사실적인 것을 추구하는 북종화와는 달리, 남종화는 필선이나 묵색으로 작가의 마음을 전달하는 등 상징적인 것을 표현하고 탐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허준은 허련의 5대째 직계 후손이다.
매일 잠자기 전에 일기처럼 그리는 목적없는 낙서로 시작된 드로잉은 실험적 작업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허준, 'SHE-배추머리, 종이에 혼합재료, 40x40cm(2025). 토포하우스 제공작가에게 드로잉은 순간적인 자신의 생각과 내면의 감정을 은밀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작품 'SHE'는 미용 실습용 두상에 모발 대신 배추와 알타리 무 이파리를 이식한 모습이다. 빳빳하고 드센 성질의 알타리 무는 악, 배추는 선으로 그려냈다.
작가는 대인 관계의 자신감 부족, 비행기 탑승이 두려운 공황장애 등 일상의 상실과 결핍을 창작 욕망으로 풀어냈다.
허준, 'SHE-열무머리, 종이에 혼합재료, 46x40cm(2025). 토포하우스 제공허 작가의 작품들은 최근 국내 최고의 미술 장터인 키아프 서울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오현금 토포하우스 대표는 "작품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며 "최근작은 해외컬렉터가 소장하게 됐다"고 전했다.
화업 30년의 시간을 기억하는 성격의 이번 전시는 토포하우스 1관은 가장 최근에 작업한 실험적 드로잉을 중심으로, 2관은 2005년 전후의 여백이 있는 종이에 먹으로 그린 작업인 여정시리즈를, 3관(2층)에는 수묵채색의 현대적 산수화를 비롯하여 팝아트적인 느낌의 나무에 이르기까지 나무와 숲이 주제가 되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키아프 서울' 토포하우스 부스에서 한 관람객이 허준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곽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