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4차 본회의에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특검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현역 의원으로는 처음 구속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구속 위기 현실화에 당내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렵사리 수정에 합의했던 '더 센 특검법'까지 더불어민주당이 합의를 깨고 일방 처리하면서, 여야 대치는 더 격화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상황을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며 본격적인 장외투쟁 준비에 나섰다.
권성동, 결백 자부하지만…당내 위기감 '스멀스멀'
국민의힘이 12일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민주당의 특검법 강행 처리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 앞서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과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 따른 대응이다. 더 나아가 이후로는 '국회 밖' 투쟁으로 이어갈 가능성도 높다.
전날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투표에 부쳐졌다. 결과는 총투표 177표 중 찬성 173표, 반대 1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압도적 가결이었다. 헌법상 현역 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가 있어야만 구속 전 피의자심문 대상이 되지만, 권 의원은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한 바 있다.
권 의원은 표결 직전 신상발언에서 "특검이 제기한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며 "공여자가 1억 원을 전달했다는 그날은 제가 그를 처음 독대한 자리였다"고 반박했다. 또 자신은 결백하기에 영장심사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4차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신상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애당초 체포동의안은 다수당인 민주당 단독 처리가 가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자당의 대여투쟁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왔다.
권 의원의 구속 여부는 향후 정국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수 밖에 없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전 대통령 핵심 관계자)'인 그가 구속된다면 '현역의원 최초 구속'이라는 상징성에 더해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을 겨눈 수사가 한층 더 힘을 받으면서, 연쇄적 구속영장 청구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실제로 계엄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은 계엄해제 표결 방해 의혹으로 내란특검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또 특검은 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국회 본관에 머물면서도 해제 표결엔 불참한 의원 7명(김대식·김희정·송언석·신동욱·임이자·정희용·조지연)의 혐의 여부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임종득 의원은 순직해병 특검의 피의자다. '공천개입 의혹'을 받는 윤상현 의원도 김건희특검의 소환 조사를 받은 바 있고, 윤한홍·조은희 의원도 참고인으로 특검에 출석했다. 향후 수사 내용에 따라, 권 의원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당내 위기감도 감지된다. TK(대구·경북)의 한 의원은 "국회 내 동료의식이 실종됐고 민주당은 무조건 (체포동의안에) 동의할 것"이라며 "믿을 건 법원밖에 없는데, 사실 푸줏간에 소가 들어가면서 살아서 나오리라 생각할 수 있겠나"라고 푸념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의원도 "권 의원 영장이 나올 가능성이 8~9할은 될 것"이라며 "정황 증거가 있지 않나"라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다만 권 의원이 구속을 면한다면, 국민의힘의 '야당 탄압'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여권이 밀어붙인 특검법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수 있다.
與 합의 파기에 '필버 무용론' 고착…장외투쟁 모드로
수적 열세에도 '국회'를 지켜 온 국민의힘은 장기적 관점의 노선 변화도 고민 중이다.
전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포기한 점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마라톤 협상 끝에 도달한 특검법 합의가 민주당의 변심으로 반나절 만에 파기된 상황이 결정적이었다.
민주당은 애초 정부조직 개편 관련 국민의힘의 협조를 유도하기 위한 '당근'으로 특검 수사기간 연장 등의 내용을 빼기로 했다. 하지만 돌연 이를 번복하고 원안대로 처리했다.
이에 벙찐 국민의힘은 전날 본회의부터 보이콧하며 회의장 밖 규탄대회를 펼쳤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권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단순히 개인에 대한 수사가 아니고, 거대 야당 탄압 정치보복의 일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어가기로 한 '협치파괴·정치탄압 규탄대회'도 같은 맥락이다. 특검의 압박과 여당 독주가 심화된 국면에선 필리버스터 같은 제도 내 저항의 실익이 없다는 현실론이 커진 결과다. 당 사정을 잘 아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대국민 호소를 통한 직접 여론전 외에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당분간 국회 경내 규탄집회를 지속하되, 향후 장기 장외투쟁 여부는 영장심사 결과와 정국 흐름을 지켜본 뒤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송 원내대표는 "향후 국회 일정과 관련해 벌어지는 모든 파행에 대해선 전적으로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