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연 제공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한유진·박상훈 박사 연구진이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흑연 부산물을 정제해 이차전지용 고순도 흑연 음극재로 활용하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를 활용하면 이차전지에 사용되는 흑연 수입 의존도를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연에 따르면 흑연은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음극재의 핵심 원료다. 음극재는 배터리 셀 무게 중 약 30%를 담당하고 있으며, 흑연은 배터리 제조 원가의 1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음극재용 상용 흑연의 90% 이상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정세에 따라 가격급등과 수급 불안정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 지난 7월,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음극재용 흑연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향후 중국산 흑연의 안정적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산업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음극재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초음파 처리를 통한 표면 불순물 제거, 내부 금속 불순물 제거, 표면 탄소 코팅을 통한 구조 복원의 3단계 공정을 개발했다. 초음파 반응기를 활용해 가벼운 불순물은 떠오르게, 무거운 흑연 입자는 가라앉게 함으로써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했다.
이어 열 이동(thermal migration)과 편석(segregation) 현상을 활용해 흑연 내부에 잔존한 금속 불순물을 산화물로 전환시켜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흑연 표면에 탄소 코팅을 적용해 구조적 안정성과 전기화학적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 기술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불순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개발된 기술로 제조한 흑연 음극재는 최초 충·방전 효율이 92%에 달했으며, 용량은 1그램당 362밀리암페어시(mAh/g)로 상용 흑연 음극재와 동등한 수준을 보였다. 200회 충·방전 후에도 초기 용량의 98%를 유지해, 상용 흑연 음극재에 버금가는 안정성을 확인했다.
경제성 분석에서도 장점이 확인됐다. 기존의 음극재용 상용 흑연을 생산할 때도 2800도 이상의 고온 열처리가 필요해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 됐지만, 이번 기술은 상용 흑연 생산 대비 약 60%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유진 박사는 "흑연은 국산화 논의에서 소외돼 있던 소재지만 국가 전략 광물로서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며 "이번 기술은 국내 산업 부산물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음극재를 확보함으로써 흑연 수급 안정성을 강화하고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