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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이렇게라도 물을 채워주니 다행…" 강릉 아파트에 소방차 첫 운반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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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국가소방동원령에 지원 나온 소방차 12대 투입
평창 진부정수장에서 물 싣고 와 약 270톤 공급
입주민들 "하루빨리 가뭄 해결돼 일상 회복되길"
대부분 아파트 시간제 단수…불편·불만 극에 달해

10일 오전 강릉의 한 아파트 저수조에 물을 채우기 위해 운반급수에 나선 소방차량. 전영래 기자10일 오전 강릉의 한 아파트 저수조에 물을 채우기 위해 운반급수에 나선 소방차량. 전영래 기자
"흙탕물에 매일 생수로 씻고 출근하는게 반복이었는데 이렇게 물을 채워주니 정말 다행이네요"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격고 있는 강원 강릉시가 아파트 등 저수조 100t톤 이상의 대수용가를 대상으로 제한급수에 나선 가운데, 저수조의 물이 떨어진 아파트에 소방차를 이용한 운반급수가 처음으로 진행됐다.

10일 오전 찾아간 강릉시 초당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는 소방차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불을 끄기 위한 것이 아니라 200세대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 저수조에 물을 채우기 위해서다.

운반급수는 오전 9시 30분터 이뤄졌다. 급수에 앞서 우선 먹는 물에 적합한 지를 알아보기 위한 간이 수질검사를 실시했고, "괜찮다'는 요원의 말이 떨어지자 저수조에 호스를 연결하고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날 투입된 급수차량은 총 12대로 국가소방동원령에 따라 지원 나온 소방차량들이 약 1시간 거리의 평창 진부정수장에서 물을 싣고 와 채우기를 반복한 끝에 약 270톤의 물을 저수조에 담았다.

아파트 저수조에 물을 공급하기 전에 간이 수질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아파트 저수조에 물을 공급하기 전에 간이 수질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
해당 아파트는 오전 5시부터 10시까지,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제한 급수가 시행 중이나 밤새 받아둔 물이 흙탕물로 변하거나 물에서 흙 비린내가 나는 등 씻기 어려운 물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이 커진 상태였다.

물 부족에 시달렸던 아파트 주민들은 이날 급수 지원이 이뤄지면서 한숨을 돌렸다. 주민 정모씨는 "물을 틀어도 흙탕물만 나오니 매일 생수로 씻고 출근하는게 반복이었는데 이렇게 물을 채워주니 정말 다행"이라며 "하루빨리 가뭄이 해결돼 일상이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가 급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건 강릉시와의 협의 사항에 따른 조치로 알려졌으며 소방당국은 향후 추가 급수 대상 아파트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시와 협의해 대상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평상 시 이틀이면 다 쓰는 용량을 나흘까지 써야하는 만큼 불가피하게 시간제 단수를 시행하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정수장에서 아파트 저수조로 연결되는 제수변을 조절하면 수월하게 물을 채울 수 있는데, 더운 날씨에 운반급수를 하다보니 소방관분들도 힘들고 시간도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 괜히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고 전했다.

아파트 지하 저수조에 호스를 연결해 물을 채우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아파트 지하 저수조에 호스를 연결해 물을 채우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
앞서 강릉시는 역대급 가뭄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지난 6일부터 공동주택 113개소, 대형숙박시설 10개소 등 100톤 이상 저수조를 갖춘 123개소의 대수용가를 대상으로 상수도 공급을 중단했다.

이후 지역 대부분의 아파트에서는 다소 시간 차이는 있지만 출·퇴근 시간을 시간별 제한급수를 공지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사전 고지 없이 급수 시간이 변경·단축되거나 불과 30분 가량만 공급하는 경우도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아파트 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모든 것을 맞추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가뭄으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아파트 등 대수용가에서도 의무 사용 일수를 최대한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급수 지원을 위해 전국에서 지원 나온 소방차들이 강릉에 집결한 모습. 강원소방본부 제공급수 지원을 위해 전국에서 지원 나온 소방차들이 강릉에 집결한 모습. 강원소방본부 제공
한편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강릉지역 주민들을 위한 소방대원들은 이날까지 2주 가까이 물 공급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전날까지 2주간 소방차 893대와 인력 1707명을 투입해 강릉 홍제정수장 급수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가소방동원령 발령 이후 전국 각지에서 모인 소방대원들과 대용량소방차 70대가 투입되면서 현재까지 3만여 톤의 식수와 생활용수가 지역 주민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강원소방은 강릉지역에 긴급구조통제단 운영을 통해 동원 소방력을 관리하고 있으며 제한 급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동주택과 노약자 거주 취약시설에 대한 직접 급수 시스템도 마련하고 있다.

김승룡 본부장은 "강릉시민에게 지금 우리가 전하는 물 한 방울은 곧 생명수"라며 "직원들이 힘들고 고된 상황 속에서도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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