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강릉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제한 급수에 대한 공고문이 붙어 있다. 전영래 기자"설거지하는데 물이 뚝…안나와요"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시가 아파트와 숙박시설을 대상으로 제한 급수에 들어간 가운데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물이 끊기는 등 우려했던 단수가 현실화하면서 주민들의 불편과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7일 강릉시와 주민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30분쯤 강릉시 홍제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물이 끊겼다. 강릉시가 대수용가를 대상으로 제한급수에 들어간 후, 예상했던 것 보다 빠르게 단수가 이뤄지면서 지역 커뮤니티 등에서는 불편을 겪은 주민들의 불만섞인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주민은 "설거지하는데 물이 끊겼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우리 아파트는 오늘(6일) 하루치 물 양이 있고 내일부터 월요일 오후 1시까지 물이 안나올 것 같다고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안내방송도 있었다"며 "물 끊기기 10분 전엔 물탱크에 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방송이 나왔다"고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주민들은 "이렇게 단수가 될 줄 몰랐고 물 받아 놓으면 더 고갈될까봐 받아 놓지도 않았는데 단수가 돼 당황스럽다. 저도 손 놓고 있다가 세수대야 2개에 급하게 받아놨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니 너무 무섭고 불안하다" 등의 글을 남기며 불안감을 표했다.
이와 관련해 관계당국은 7일 오전 9시쯤 해당 아파트 저수조의 밸브를 열어 물을 채운 뒤 다시 잠궜지만, 주민들은 밤 사이 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었다.
지난 5일 오후 강릉시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주차장에 마련한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생수를 받으러 온 차량들이 늘어선 모습. 전영래 기자
앞서 강릉시는 역대급 가뭄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공동주택 113개소, 대형숙박시설 10개소 등 100톤 이상 저수조를 갖춘 123개소의 대수용가를 대상으로 상수도 공급을 중단했다.
그동안 수도계량기 75%까지 잠금하는 조치를 권고했지만, 대수용가에서 기대했던 만큼 절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이 같은 조치를 결정했다고 시는 밝혔다. 다만 남아 있던 저수조에 물이 고갈되면 운반급수 등을 통해 물을 공급할 계획이다. 공동주택 113개소의 총 세대수는 4만 5천여 세대로 홍제정수장 급수구역 세대수 9만 1750세대 의 절반에 달한다.
시는 이번 조치를 시행하면서 아파트 저수조 내 물이 남아 있는 만큼 2~3일 후 고갈되면 급수차를 동원해 운반 급수하기 때문에 당장 단수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장 첫날부터 단수가 되는 상황이 빚지면서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상수도 공급이 중단된 아파트에서는 남아 있는 저수조 물이 고갈되는 예상 시기와 함께 물 절약에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하는 안내문 등을 게시하고 있다. 지역 맘카페 등에서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상황을 문의하는 글들이 이어지는 등 단수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강릉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생수를 받아가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
강릉 유천택지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부 김모(46)씨는 "아파트에 상수도 공급을 중단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단수가 되는 곳이 생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우리도 언제 단수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소한 화장실 물이라도 받아 놓아야 하는 것은 아닌 지, 정말 불안감을 넘어 이제는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푸념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통해 하루 평균 사용량의 50% 이상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 아파트 마다 저수조 사용일수를 정한 뒤 저수조 수위가 20% 미만으로 내려가면 운반급수 등을 통해 물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강릉지역 87%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2.6%로 전날 12.9% 보다 0.3%p 떨어졌다. 이는 지난 1977년 저수지 조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또한 최근 6개월 강수량은 376.6mm로 평년 대비 41.8% 불과한 상황이다.
이날 오전부터 강릉지역에 비가 내리고 있지만, 예상강수량이 5mm 미만으로 예보돼 가뭄 해갈에 도움을 주지 못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