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25 하이얼 전시장을 찾은 영국 축구 스타 마이클 오언. 베를린=박성완 기자"마이클 오언, 혁신이 성공에 어떤 역할을 했나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가 독일 베를린에서 5일(현지시간) 개막한 가운데 중국 대표 가전기업 하이얼의 전시장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모여 영국 축구 레전드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다. 사회자와 나란히 앉은 오언의 뒤편에는 그가 소속됐던 영국 프리미어리그팀 리버풀FC의 공식 파트너는 하이얼이라는 홍보 문구가 붙었다.
IFA에 대거 둥지를 튼 중국 기업들이 수많은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홍보 효과가 빛을 발하면서 글로벌 가전 선두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만큼 전시장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유럽 가전 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한중 경쟁이 표면화 된 모양새였다.
초대형 TV 내걸고 "우리도 AI"…삼성·LG 완성도 비해선 '글쎄'
이번에 IFA에 전시장을 꾸린 중국 기업들은 690여개사로, 전체 전시사의 3분의 1이 넘는다. 국가적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 달려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기업은 패권 경쟁 심화로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가 어려워지자 유럽으로 눈을 돌려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상 공간인 집에서 숨 쉬듯 경험하는 인공지능, 'AI 홈'을 주제로 IFA에 나섰는데, 중국의 주요 기업 전시장에서도 AI 가전제품들이 전면에 배치됐다. 하이얼 전시장에 들어서니 음식을 자체 인식해 적절하게 조리되는 오븐, 레시피 추천과 재료 관리가 가능한 냉장고 등으로 구성된 AI 주방이 눈에 띄었다.
하이센스도 유사한 기능의 냉장고 등 AI 가전제품들로 전시관을 채웠다. 다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체 제품들이 유기적으로 기능하며 사람의 취향과 필요에 맞추는 'AI 홈'을 완성하는데 초점을 둔 반면, 이들 기업은 각각의 제품에 탑재된 AI 기능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인상을 줬다.
IFA 2025 TCL 전시장. 베를린=박성완 기자
TCL은 전시장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대형 스키 슬로프를 설치하고, 그 위에 곡선의 거대 디스플레이를 깔았다. 올림픽 공식 글로벌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모형 바로 옆에 설치된 건 163인치 초대형 마이크로 LED TV였다.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과 협업한 제품 등 전시장의 거의 절반을 TV로 채운 TCL은 "대형 화면의 선두주자"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TV 등 유럽 가전 시장의 선두주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이지만, 중국 기업들은 이처럼 시선을 끌어당기는 전략으로 현지인들을 전시장에 멈춰 세웠다. LG전자 류재철 HS사업본부장(사장)은 중국 기업에 대해 "가장 큰 위협은 속도"라고 전날 말했는데, 이들의 거침없는 추격 전략을 엿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
계단 오르고, 거미처럼 창문 붙어 청소…中 로봇청소기 전시장도 '화려'
전세계 로봇청소기 시장을 장악한 중국 기업들 역시 화려한 전시장을 꾸리면서 IFA에서 주목받았다. 주요 기업들을 둘러보니 '우리 제품은 이렇게까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뽐내는 듯 했다.
IFA 2025에서 공개된 드리미의 로봇청소기. 베를린=박성완 기자
특히 드리미는 세계 최초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로봇청소기 사이버X를 현장에서 공개했다. 4개의 타원형 바퀴가 다리로서 기능하며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마치 로봇 개를 연상시켰다. 제품에 각인된 문구도 청소기가 아니라 지능형 자동 계단 오르기 '로봇'이었다.
이 제품은 매시 정각에 시현이 이뤄졌는데,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주변에서 대기하며 전시장을 둘러봤다. 사각형의 C1 청소기는 창문에 붙어 거미처럼 움직였고, Z1 프로는 수영장의 벽면이나 바닥에서도 자유자재로 쓰레기를 수거했다. 드리미는 전시장 한켠에 아예 미용실을 차려 헤어드라이기를 시현했다.
로보락의 로봇 잔디깎이. 베를린=박성완 기자로봇청소기 글로벌 1위 기업인 로보락은 두께 7.98cm의 슬림 로봇청소기 '큐레보 커브 2 프로'를 공개하며 좁은 공간을 통과하는 모습을 시현했다. 뿐만 아니라 전시장에 인조잔디밭을 조성해 그 위를 돌아다니는 로봇 잔디깎이도 선보이며 유럽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다만 이들 중국 기업 제품의 보안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우수한 보안과 AI 홈과의 연결성을 앞세운 로봇청소기를 IFA 현장에 내놨다. 삼성전자는 홀로 집을 지키는 강아지가 거실에서 짖으면 AI 로봇청소기가 다가가 영상을 주인에게 보내는 등 '집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LG전자는 유럽인들의 집 구조를 고려한 로봇청소기 신제품 빌트인형 '히든 스테이션' 등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