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4일 탈당을 선언한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 연합뉴스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이 4일 당내 성추행과 직장내 괴롭힘을 폭로하며 전격 탈당했다. 신속한 처분과 피해자 회복조치가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에 대한 미온적 대처와 2차 가해, 당내의 쉬쉬했던 분위기가 사태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사태해결이 늦어지면서 피해자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고 피해자를 도왔던 조력자들은 오히려 '당직자 품위유지 위반'으로 징계를 받고 당을 떠났다고 한다. "정의는 왜 이렇게 더디고 불의는 왜 이렇게 신속한가"라는 강 전 대변인의 울부짖음이 사실이라면 당명에 포함된 '혁신'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성추문 사건은 민주당에도 불똥이 튀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차 가해'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한 최강욱 당 교육연수원장에 대해 긴급 윤리감찰을 지시했다. "죽고 살 일인가"라는 발언으로 치부하기에는 성 비위 사건은 피해 당사자들에게 존엄이 걸린 문제다.
강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개혁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 길 위에서 마주한 것은 동지라고 믿었던 이들의 성희롱과 성추행, 그리고 괴롭힘이었다"며 "당은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했다. 윤리위원회와 인사위원회는 가해자와 가까운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조국 전 대표의) 침묵도 제가 해석해야 할 메시지라고 생각한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지난 4월 혁신당에는 당직자 두 명의 성 비위 사건이 접수됐으나 70여일이 지나서야 제명과 당원권 자격정지 1년 조처가 내려졌다.
혁신당은 입장문을 통해 "당헌.당규에 따라 피해자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한 관련 절차를 마쳤다", "사실과 다른 주장이 제기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반박했다.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SNS에 "강미정 대변인의 탈당선언에 마음이 너무 무겁고 아프다"며 "당시 비당원이었던 제가 절차에 개입하는 것이 공당의 체계와 절차를 무너뜨린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으나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사건 전개 과정에서 당내에서는 피해자나 조력자들을 향해 '당을 흔드는 것들, 배은망덕한 것들, 종파주의자'라고 조롱했다는 주장이 나온 만큼 2차 가해 등 사건 전반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최강욱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은 지난달 31일 조국혁신당 대전.세종 정치 아카데미 강연 도중 "(혁신당 성 비위 사건이) 그렇게 죽고 살 일인가"라며 "당사자 아니면 모르는 것 아니냐, 남 얘기 다 주워듣고서 떠드는 것이다. 그건 개돼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발언의 맥락상 2차 가해성 발언으로 비쳤다.
최 원장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2차 가해를 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사과했다. 다만 격화된 논쟁으로 당원들의 우의가 무너져 당이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과한 표현을 썼을 뿐 피해자의 심적 고통을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거나 문제제기한 사람들을 폄하했다는 건 진의와 다르다고 해명했다. 최 원장은 지난 2022년과 2023년에도 성희롱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켜 당 차원의 중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지난달 24일 오후 경남 양산시 물금읍 메가박스 양산증산점에서 영화 '다시 만날, 조국' 관람을 앞두고 객석에 앉아 있는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과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위원장. 연합뉴스 자치단체장을 포함해 정치권의 성 비위는 잊을 만하면 반복되고 있다. 상.하급자 권력 관계의 속성상 사건 은폐 시도와 2차 가해가 뒤따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합당한 처분이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옛말에 '정치란 바로잡는 것(政者正也)'이라 했다. 바로잡음의 대상은 백성이 아니라 위정자들 자신이다. 위정자들이 솔선해서 자신들을 바로잡는다면 백성은 강제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바르게 따른다는 것이다.
'개혁'과 '민주'를 내걸었다면 '바로잡음'을 통해 명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렇듯한 구호로 외치기 보다 삶의 현장에서 솔선해서 구현하는 성인지감수성과 윤리의식이 정치권에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