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린츠 POSTCITY에서 열린 '광양·린츠 익스체인지' 미디어아트 그랜트 시상식. 박사라 기자 지난 3일(현지 시각) 오후 5시 30분, 오스트리아 린츠의 옛 우체국을 개조한 전시장 POSTCITY는 세계 최대 미디어아트 축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2025의 열기로 가득했다. 거대한 콘크리트 기둥 사이로 다양한 작품들이 설치됐고, 기계음과 영상, 빛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인공지능 음악, 데이터 시각화, 기후 위기를 다룬 인터랙티브 설치물 등 실험적인 전시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 열기 속에서 광양시와 린츠시가 함께 마련한 '광양·린츠 익스체인지' 미디어아트 그랜트 시상식이 열렸다. 자매결연 34년 만에 두 도시가 공동으로 수상자를 선정해 상을 수여한 것은 처음이다. 행사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해외 총괄 디렉터 로라 웰젠바흐(Laura Welzenbach)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정인화 광양시장, 젤코 말레세비치(Zeljko Malesevic) 린츠 시의원, 임진홍 오스트리아 한국문화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성균관대 학생들,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정인화 광양시장이 틸 쇤베터 작가에게 그랜트를 수여하고 있다. 박사라 기자
젤코 말레세비치 린츠 시의원이 이진 작가에게 그랜트를 수여하고 있다. 박사라 기자
정인화 광양시장은 "지난 34년 동안 두 도시는 경제, 문화, 예술,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이어왔다"며 "오늘의 그랜트 수여식은 우정을 문화예술로 꽃피우는 성과이자 창작 기반을 넓히는 계기"라고 말했다.
첫 수상자는 한국의 이진(본명 이규빈) 작가와 오스트리아의 틸 쇤베터 작가였다.
이진 작가는 "제 작업은 단순히 하이테크 장치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기술을 통해 무엇을 얻고 그 과정에서 어떤 즐거움과 새로운 비전을 발견할 수 있는지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며 "지금 AI와 기술이 만들어낼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고, 이에 대해 함께 고민할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틸 작가는 "저에게 AI는 하나의 집착이자, 자율적으로 성장하며 성격을 형성하는 존재들의 생태계를 탐구하는 방식"이라며 "이번 작품에서는 두 인물이 아무 기억 없이 시작해 집을 짓고 음식을 구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단은 두 작가에 대해 "동시대적 주제를 예술적으로 탁월하게 풀어냈다"고 평가했다.
올해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의 주제는 <PANIC: yes / no>다. AI, 데이터, 기후 위기, 정치 불안이 교차하는 오늘의 시대를 '공포'라는 감정으로 비판적으로 탐구하며,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지 묻는다. 축제는 9월 3일부터 7일까지 린츠 전역에서 펼쳐지며, 폐우체국 건물을 개조한 거대한 공간 POSTCITY를 중심으로 전시와 공연, 강연, 워크숍이 이어진다.
또한 이번 '광양·린츠 익스체인지' 미디어아트 그랜트 수상작은 린츠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에 이어 오는 10월 22일 개막하는 광양국제미디어아트페스티벌에서 나란히 전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