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 오목교역 근처 베이커리 가게의 빵 진열 사진. 김지현 인턴기자최근 유튜버 '슈카월드'가 자신의 팝업 스토어에서 소금빵을 990원에 내놓자, 전국 베이커리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한국 빵 값은 아시아에서 가장 비싸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오면서 '폭리를 취한다'는 자영 제과점을 향한 비판이 커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새벽 어둠 속에서 반죽을 하고, 한달 수백만 원의 고정비를 감당하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는 이와 전혀 달랐다.
서울 양천구 오목교역 인근에서 5년째 빵집을 운영하는 장모 씨는 "원가만 따져 폭리라고 하는 건 현실을 모르는 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새벽 4시에 가게 문을 열고 밤까지 영업을 이어가지만 남는건 크게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소주 원가는 몇백 원에 불과하지만 식당에선 5천 원에 판다"며 "세상에 원가만으로 설명되는 가격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 베이커리 카페 내부 사진. 김지현 인턴기자우선 원재료 가격이 외국과 비교할 수 없다고 빵가게 사장들은 입을 모았다. 밀, 버터, 우유, 치즈 등 핵심 재료의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는 탓이다. 서울 익선동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박기홍 씨는 "프랑스에서는 버터 한 덩이가 4900원이지만 한국에 들어오면 1만5천 원이 된다"며 "프랑스와 같은 가격에 빵을 팔라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는 정부 지원금도 있고 창업 규제도 있어 경쟁이 제한되지만, 한국은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자율 경쟁에 맡겨져 있다"며 구조적 차이를 지적했다.
자영업자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건 고정비 부담이 무시된다는 점이다. 장 씨는 "이 작은 가게 전기세만 한 달 500만 원이 나온다"며 "전기세는 신이 내주는 게 아니잖아요"라며 웃었다. 하루 종일 돌아가는 오븐과 반죽기, 냉장고는 필수지만, 전기요금 고지서는 매달 칼날처럼 다가온다는 것이다.
임대료와 인건비도 줄일 수 없는 고정비용이다. 남양주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정규직 아르바이트생을 쓰면 주휴수당까지 지급해야 하고, 최근 몇 년간 인건비 상승 폭이 빵 가격 인상보다 가팔랐다"고 설명했다.
건대입구에서 개인 빵가게를 운영하는 정영호 씨도 "소금빵을 990원에 판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버터가 엄청 들어가는 빵인데 지금 저희 가게 구조에서는 최소 2800원은 받아야 본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밀가루 20kg이 미국산은 2만 원이지만 우리 밀은 4만 원이다. 그마저도 몇 년 새 계속 올라 수입산을 쓰든 국산을 쓰든 재료비가 오르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폭리'라는 단어는 현장의 사장들에게 상처로 다가왔다. 장 씨는 "지난 8월에만 이 근처 베이커리 두 곳이 문을 닫았다"며 "정말 폭리를 취했다면 왜 폐업을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많은 자영업자들은 "좋은 재료를 쓰지 않으면 손님이 외면한다"는 이유로 재료비를 아끼지 못하고 있다.
정 씨 역시 "지금도 한 달 재료비만 500만 원이 나간다.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 아니었다"며 "속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손님들이 '가격이 비싸다'는 말을 할 때면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이번 논란을 앞으로의 빵 가격 형성과 소비자의 만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 씨는 "커피도 한때 왜 이렇게 비싸냐는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양분화 됐다"며 "빵도 소비자들이 경험하고 비교하면서 스스로 선택하는 구조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씨도 "요즘은 싼 재료로 가성비 있게 만드는 천원 빵도 인기가 많지 않나"며 "이런 논란을 통해 소비자들과 생산자들이 앞으로의 방향성을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